매일신문

[채정민 기자의 올라! 리우] 金 장혜진·銅 기보배 축하 자리, 노메달 최미선에 위로도

'서먹한' 여자 양궁 16강전 남북 대결, 경기 후 선수·코치 서로 악수 '따뜻'

남북 대결이 벌어지기 전날인 11일 리우 삼보드로모 양궁 훈련장에서 한승훈(왼쪽) 코치가 찍은 사진. 웃는 장혜진 뒤로 시선이 과녁을 향해 있지만 미소 짓는 강은주, 북한 코치의 모습이 보인다. 한승훈 코치 제공
남북 대결이 벌어지기 전날인 11일 리우 삼보드로모 양궁 훈련장에서 한승훈(왼쪽) 코치가 찍은 사진. 웃는 장혜진 뒤로 시선이 과녁을 향해 있지만 미소 짓는 강은주, 북한 코치의 모습이 보인다. 한승훈 코치 제공
12일 리우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이 끝난 뒤 장혜진, 기보배가 최미선을 위로하며 메달을 목에 걸어준 뒤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12일 리우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이 끝난 뒤 장혜진, 기보배가 최미선을 위로하며 메달을 목에 걸어준 뒤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친한 사이라 해도 승패 앞에선 달라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따뜻한 정은 오간다.

12일 브라질 리우 삼보드로모 양궁장.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장혜진은 16강전에서 강은주(21)와 남북 대결을 벌였다. 경기 후 남북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굳은 표정이었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얼핏 요즘 남북 관계만큼이나 이들 사이의 거리도 먼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이면은 달랐다. 장혜진은 승리한 뒤 강은주의 손을 잡았고, 강은주도 미소로 화답했다. 양팀 코칭스태프도 악수를 교환했다. 문형철 양궁 총감독의 말도 두 팀 사이에 정이 오간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에이, 전혀 어색한 사이 아닙니다. (강)은주는 지난 4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보던 아이인데요, 뭘. 우리끼리는 친하고 이야기도 곧잘 나누는데. 다만 최근 언론에 살가운 듯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북한의 고위층이 뭐라 했는지 부쩍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네요."

장혜진은 남북 대결 후 연습장으로 향하면서 강은주와 얽힌 사연을 따로 들려줬다. "어제 같은 곳에서 연습하면서 우리 코치님이 북한 코치님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포즈를 취해 찍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서 계시기만 하면 된다'고 졸랐죠. 은주도 같이 찍자고 했는데 '저는 못 봅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런 말이 오가다 한국의 한승훈 코치가 기어이 '셀카'를 찍었다. 그 사진 속엔 웃는 장혜진뿐 아니라 과녁을 보고 있지만 미소 짓는 강은주, 북한 코치의 모습도 담겼다.

한국 선수들끼리 살갑게 보듬는 모습도 엿보였다. 개인전에서 승부를 겨룬 여자 양궁 선수들은 끝난 뒤 곧바로 '언니'와 '동생'으로 돌아갔다.

시상식과 공식 인터뷰까지 마무리된 뒤 여자 양궁 선수들은 그들만의 축하 의식을 했다. 양궁장 뒤편의 연습장에 모인 장혜진과 기보배는 자신들이 딴 메달을 막내 최미선의 목에 걸어주며 꼭 끌어안았다. 개인전에서 일찌감치 낙마,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최미선은 언니들의 따뜻한 위로에 다시 눈물을 훔쳤다.

두 언니는 "울지마" "충분히 잘했어"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며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건 막내를 다독였다. 그리고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까지 불러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등 기쁨을 나눴다. 그렇게 그들은 긴장되고 힘들었던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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