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경기 부진 여파로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47년 만에 구미가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기업에 의존해 단순 제조업으로 일관해 온 기업체들이 연구개발 중심으로 산업생태계를 바꿔 나가고 있는 것이다.
구미시의 지원도 구미 산업 생태계 변화에 큰 버팀목이 됐다. 친기업적 문화'환경 조성을 위한 각종 지원책 등 '구미시 경제 전환 설계'가 주효한 것이다.
◆내륙 최대 산업도시로 성장
구미는 지난 10년 동안 구미국가산업5단지와 4산단 확장단지 등 11.8㎢(36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확장, 전국 최초로 국가산업단지 5곳을 보유한 36.5㎢(1천100만 평) 규모 내륙 최대 산업단지로 성장했다.
구미는 2008년 지식경제부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구미 국가5단지 조성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명박정부는 구미 국가5단지(하이테크밸리)에 전자'정보산업 기반을 구축, 국가경쟁력을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조9천673억원(국비 3천3억원)을 투입, 934만㎡(283만평) 규모 조성 방침을 정했다.
공정률 67% 수준의 1단계 사업은 이달 말쯤 분양이 시작된다. 신소재, 태양광, 웨어러블 디바이스, IT의료융합, 3D융합 등 구미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다양한 미래 먹거리 산업이 이곳에 담긴다. 최첨단 친환경 산업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은 '융복합 탄소성형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국내 탄소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산업단지로 육성된다.
2008년 착공해 내년쯤 마무리되는 4산단 확장단지 조성 사업도 10년간 7천932억원(민간자본)이 투입됐다. 245만7천㎡(74만4천 평) 규모다. 경제적 파급효과 7조2천억원, 고용창출 6만4천 명, 인구유입 3만2천 명이 기대된다. 근로자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단지와 생활편익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혁신단지'와 국토부의 '재생사업' 지구로 동시 지정된 구미 국가1단지에서는 산단 재창조를 위한 대규모 기반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기업 의존 벗어나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진화
넓어진 경제영토만큼 구미의 경제 규모도 커졌다. 2006년 1천850여 개의 기업체가 10년 만에 3천228개로 1천300여 개 증가했고, 근로자 수도 9만1천786명에서 10만8천여 명으로 1만6천여 명 늘어났다. 기업 부설 연구소는 2006년 137개에 불과했으나 현재 400개를 넘어 3배 이상 증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업종 다각화와 연구개발 중심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구미시는 신평동 옛 금오공대에 '금오테크노밸리'를 국책사업으로 유치해 이곳을 중심으로 모바일, 디스플레이, 의료기기, 3D프린팅, 국방벤처센터 등 R&D 상용화 집적 센터를 구축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한 민'관'학의 중소기업 기술지원에도 주력했다.
그 결과, 대기업의 단순 조립이나 부품 공급 역할을 담당했던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인 기술력 확보를 위해 스스로 기업 부설 연구소를 마련, 구미시 전체 산업구조가 기술경쟁력 강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또 '전자의료기기 부품소재 산업화 기반구축 사업'을 통해 2011년 1개사에 불과했던 전자의료기기 관련 기업이 현재 30여 개사로 증가했다. 2020년까지 300개사에 이를 것으로 보여 급격한 업종 전환이 예상된다. 지역 의료기기 관련 중소기업의 업종 다각화 성공은 지난해 258억원의 매출로 연결됐고, 수도권 의료기업이 구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국방산업도 2014년 '국방벤처센터'를 개소, 현재 36개 협약기업이 101억원의 과제를 수행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다양한 분야로 업종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구미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탄소섬유 분야다.
시는 탄소소재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도레이사(社)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구미국가산업4'5단지를 아시아 탄소섬유 핵심 생산거점으로 선택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도레이첨단소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구미 4산단에 연간 4천700t 생산 능력의 탄소섬유공장을 완공해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대량 생산시대를 열었다.
이 업체는 구미 5산단 26만9천660㎡ 부지에 탄소섬유공장을 추가로 건설해 구미를 아시아 탄소섬유 핵심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1조4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독일, 중국 등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으로 해외마켓 확장
구미시는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독일 볼프스부르크시에 '구미시 독일 통상협력사무소'를 열었다. 글로벌 도시 간 경제협력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등 시정의 국제화, 개방화, 전문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중소기업의 유럽시장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통상협력사무소는 독일 사회복지협회(AWO)와 구미시, 구미대학교가 참여한 '해외 청년일자리 창출 인턴십 프로젝트' 협약(MOU)도 추진, 성사시켰다. 매년 지역 청년 10명 이상을 독일에 파견, 전문인력 양성 인턴십을 제공받은 후 현지 채용 길을 열었다.
통상협력사무소는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로 활동 범위를 넓혀 바이어 발굴, 기술협력, 현지 마케팅 등에 나서 지역 기업들이 요청한 25건의 통상협력 요구 사항을 해결했다.
또 지난 6월 중국 이우시 국제상무성 내 경북전시관을 개소, 지역기업(경북 53개사, 구미 15개사)을 위한 국제 상설 전시'유통망을 확보했다. 2007년부터 인도, 베트남, 벨기에 등 21개국에 무역사절단을 파견해 직접적인 매출 성과와 기업 홍보, 해외 인적 네트워크 구축으로 지속적인 해외 판로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전국 최초 기업사랑본부 설치
구미시는 2006년 7월 전국 최초로 '기업사랑본부'를 시장 직속기구로 설치했다. 매달 이달의 기업을 선정해 시청사와 군집 가로 게양대에 사기(社旗)를 게양하고, 1천 개 기업체에 대해 공무원 1천 명을 기업사랑도우미로 지정, 매월 1회 이상 방문을 통해 기업 애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구미시 기업사랑본부는 2007년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LG필립스 LCD 1주식 갖기 범시민 운동을 펼쳐 LG그룹의 지속적인 투자도 이끌어 냈다.
이 밖에도 기업사랑지원반 운영(10개 부서, 10개 기관 참여)과 분야별 전문가 33명이 참여하는 '기업애로 상담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기술닥터사업을 통해 1천758건의 기업애로를 접수해 98% 수준인 1천720건을 해결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10년 전 구미산단은 모바일과 디스플레이로 특화돼 잘나갔지만 시장으로서 불안감을 느꼈다. 미래 다양한 먹거리 준비를 위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산업구조를 위해 '산업 다각화'를 시도했고 지난 10년 동안 구미산단 맷집 키우기에 나섰다"며 "이 같은 결과로 이제는 넓은 경제영토를 마련했고, 차세대 ICT, 탄소섬유, 의료기기, 자동차부품, 신재생에너지 등의 미래 신산업이 잘 자라고 있다. 구미는 더 큰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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