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호(號)의 출범으로 새누리당 지도부가 '친박'(친박근혜계)으로 재편되자 내년 대선을 향해 움직여온 비박계 잠룡들이 각자도생을 서두르고 있다.
당 지도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 데다 비박 진영 내부의 결속력도 느슨해진 상황이어서 결국 '나만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여권에서 그나마 각종 여론조사에 이름이라도 올리고 있는 비박계 잠룡들은 원내의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현역 광역단체장 가운데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도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는 게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회법 파동에 따른 원내대표직 사퇴, 공천 파동 속 탈당, 무소속 당선 후 복당에 이르는 과정에서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것은 정치적 소득이지만 현재 친박 당 지도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반박'(반박근혜계)의 이미지로는 운신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의원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나름대로 자신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여념이 없다. 특히 개혁 성향의 여야 유력 정치인들과 입법연구모임에 동참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등의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소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등 그 나름대로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전후로 2주째 지방을 순회하는 민생투어에 전념하고 있다. 그나마 비박계 대권주자 가운데 당내 독자적 세력을 확보한 김 전 대표로서는 당분간 계파 갈등의 불씨를 피하면서, 밑바닥을 훑는 민생 행보를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민생투어를 하면서 언론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당권 경쟁에 개입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며 비박계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의도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당내 기반 확보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뒤지지는 않지만, 다른 여권 주자들에 비해 의정활동의 경력도 짧은 데다가 시장직 중도사퇴 과정에서 등 돌린 지지자들도 상당수인 터라 상대적으로 당내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두 현직 광역단체장은 일단 '도백'으로서 지역 현안을 챙기며 행정가로서의 내공을 쌓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듯하지만 동시에 여의도와의 연결고리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특히 기회 있을 때마다 최대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전략 아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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