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71회 광복절을 맞은 우리의 현실

제71회 광복절을 맞았건만, 기쁨보다는 한탄과 자괴감이 앞선다. 일제 지배에서 벗어난 지 71년이 됐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은 당시와 다르지 않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 강국은 한반도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치 중이고 남과 북은 갈라져 긴장 상태다. 한국은 국민적 단합은 고사하고,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싸움질만 벌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엄중하지만, 남과 북은 각자의 길만 고집한다. 북한은 올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조치'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했다.

정부가 사드 배치지를 성주로 결정하면서 군민의 저항은 물론이고, 중국의 보복을 걱정할 상황이다. 사드 배치는 한국이 미'일과의 군사동맹에 편입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고, 중국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 '신냉전 구도'에 끌려 들어가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단순하게 전자파 유해 논란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인지, 아닌지를 검증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웃 일본은 종전기념일을 맞고도 과거사를 왜곡'미화하는 역겨운 모습만 보여준다. 아베 내각은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우경화 길을 걷는 것도 모자라 우리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까지 항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를 벌였다. 일본의 억지야 익히 알고 있지만, 여야 의원들이 3년 만에 독도를 공식 방문한다는 것도 어이가 없다. 한일관계 경색을 염려했기 때문이지만, 우리 땅을 맘대로 방문조차 못했다는 것은 정치인들의 성의 부족, 의식 부족이 아니겠는가.

한국은 조선말 때처럼 누란(累卵)의 위기에 놓여 있다. 대내외적으로 희망적인 것은 보이지 않고, 절망적이고 비관적인 것만 두드러진다. 위기 상황일수록 우리끼리 편을 나눠 싸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단합하고 화합해야 할 때다. 강대국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통일을 대비하려면 좀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내년 광복절을 부끄럽게 맞지 않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각오가 남달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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