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덥지? 아이스크림 사 줄게. 자 천원 줄 테니까 네가 좋아하는 오백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사 오는 거야. 그럼 거스름돈이 얼마 남을까?" 한참 생각하던 네 살짜리 아이는 "그냥 남는 대로 하나 더 사면 안 돼?" "아니, 그게 아니고 얼마가 남는지 잘 생각해 봐. 맞히면 하나 더 사 줄게. 얼마가 남을까?" 아이는 딱하다는 듯이 엄마를 쳐다보며 "가게 아저씨가 주는 대로 받아 오면 돼. 엄마, 아저씨 못 믿어? 좋은 사람이야."
이 더운 날에도 조기교육에 여념이 없는 엄마의 바람과는 전혀 관계없이 아이들은 맘껏 뛰놀고 세상과 호흡하고 싶어 한다. 방학 때 몰리는 학원 행렬 속에 스마트폰 든 좀비가 바로 자기 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선행 학습을 포기하고 조기교육 아닌 적기 교육을 비로소 생각하게 되는 걸까? 어디 캠프라도 보내서 실컷 놀게 내버려 두면 좋을 텐데.
너무 더우니까 사소한 일에도 욱하고 짜증을 내게 된다. 하긴 성인 절반 이상이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데 미숙한, 그러니까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다고 하니 열 받은 상태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하는 건 당연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자기 차 앞질렀다고 쫓아가서 몽둥이로 차를 부수는 건 너무 하지 않은가,
횡단보도에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께 어린아이가 유모차에 타고 있으니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꺼 달라는 말에 격분해서 아기 엄마 뺨을 갈기는 50대 아저씨의 기사는 이 더운 날 우리를 욱하게 만든다. 물론 흡연자의 설움, 50대 중년의 고뇌, 그날도 있었을 스트레스를 짐작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은가. 자기 딸이 그렇게 당했다면….
이 더운 날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기름 넣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대학생, 그래 봐야 학비는커녕 용돈도 채 되지 않는데, 실수로 기름이 약간 땅바닥에 흐르자 호통을 치며 당장 나가라며 월급에서 제하겠단다. 우린 이 더운 날 자신보다 약하게 보이는 이들에게, 이렇게 더운 게 다 '네 탓'이라고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거다.
누구도 이 더운 날, 욱할 권리는 없는 거다.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화산이 지금 폭발하려고 하는구나 먼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일단 거기를 벗어나 혼자가 되어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는 거다. '아, 내가 이렇게 열 받아 있구나. 쟤가 잘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내가 이미 상태가 안 좋은 거구나'하고 말이다.
이 더운 날, 나는 누군가에게 시원한 그늘이 된 적이 있었던가? 오늘도 날 잡아먹으려고 으르렁거리는 아재들에게 시원한 아재 개그 하나 선사해주면 안 될까? '사우나에서 왜 싸우나, 차이나에서 연애하면 차이나?' 더운 데 썰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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