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란법에 얼어붙은 축산농가 '우환'

암소 한달 전 400만원 넘었는데, 의성 우시장서 제값에 못 팔아

지난 11일 오전 8시쯤 의성 비안면 의성가축경매시장. 소를 실은 트럭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럭에서 내려진 송아지와 소는 질서정연하게 경매장에 들어섰다. 이날은 의성의 소 경매가 있는 날.

9시가 되자 장이 열렸다. 이곳 경매는 전자식으로 구입자들이 응찰기로 가격을 입력하면 최고가를 쓴 사람이 낙찰받는 방식이다. 기준가격을 넘기지 못하면 유찰돼 10만원씩 가격을 낮춰 새로 경매에 부쳐진다.

의성에서 10여 년째 한우를 키워온 정모(58) 씨는 이날 암송아지를 팔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낙찰되지 않았다. 지난달 400만원을 훌쩍 넘기며 귀한 대접을 받던 송아지가 불과 한 달 새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 이날 330만원은 받을 것이라 예상했던 그는 3번 유찰로 결국 300만원도 받지 못한 채 송아지를 넘겨야 했다.

정 씨는 "추석을 앞둔 7, 8월에는 대목을 노리는 유통업자들로 인해 소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도 올라가는 편인데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고 한숨지었다.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한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15일 의성축산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의성은 한 달에 두 번 우시장이 열려 200두 정도의 한우가 거래된다. 지난달 기준 수송아지는 최고 45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이달 11일에는 39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특히 매월 100여 마리에 달했던 송아지 거래량은 지난달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러한 추세는 경북 북부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축산유통정보센터 한우 거래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전국 평균가격은 수송아지 407만원, 암송아지 334만원이었지만, 이달엔 12일 기준으로 수송아지 388만원, 암송아지 299만원 선에 거래를 마쳤다.

축산업계에서는 고공행진하던 소값 하락과 송아지 거래량 둔화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당장 다음 달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 탓에 선물 금액이 5만원 이하로 지정되면서 한우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수입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분위기로 인해 농가들도 입식(새롭게 송아지를 구입해 키우는 것)을 꺼리고 있어 송아지 거래량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가격도 하락하는 등 한우업계에 큰 위기가 닥쳤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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