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임금도 모자라 술'골프 접대받은 가스공사 직원들

한국가스공사 직원 37명이 협력 업체로부터 술'골프 접대를 받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가스공사는 2014년 대구 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긴 뒤 새로운 위상 정립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를 구기게 됐다. 고임금을 받는 공기업 직원들이 상시적으로 향응을 받았다고 하니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평균 연봉 8천171만원으로 공기업 연봉 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고, 연봉 1억원 이상 직원이 수두룩하다. 신입사원 연봉은 3천944만원으로 최상위권에 랭크돼 취업준비생에게 '신의 직장'이라 불린다. 그런데도 직원들이 큰돈 들지 않은 술'골프'회식을 위해 협력 업체에 손을 벌렸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비리 연루자가 무려 37명이고, 이 가운데 직접 연루자는 10명이 넘는다. 부서 전체가 연루됐다는 것은 이번 비리가 구조적이고 조직적임을 보여준다. 향응을 제공한 협력 업체는 가스공사와 3년간 수의계약을 맺고 천연가스(LNG) 배관 시설을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를 판매하는 곳이다. 기술개발 지원 명목으로 수의계약을 했다는 자체가 비리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고, 이런 정황을 가스공사 경영진이 몰랐을 리가 없다.

지금까지 가스공사 내부에서 술'골프 접대를 받고 협력 업체에 갑(甲)질을 하는 것에 대해 관대하게 넘어갔는지 모른다. 관행적으로 접대받는 문화에 익숙해 있다면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볼 때 향응을 제공받는 것은 손가락질 받을 일이다. 이런 비리를 자체적으로 근절하지 못하고 감사원에 적발됐다는 것은 가스공사가 얼마나 비리에 취약한 조직인지 짐작할 수 있다. 비리 연루자를 엄벌하고 내부 기강을 바로잡지 않으면 제2, 제3의 비리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는 이달 중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들어간다고 하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혁신해야 할 것이다. 상당수 직원들이 집은 수도권에 두고 나 홀로 생활하는, 불안한 생활 패턴을 바꾸도록 하는 것도 혁신안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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