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정민 기자의 올라! 리우] 올림픽 정신 더럽힌 '러시아 입김'

아일랜드의 메달 기대주 콘란, 밴텀급 8강전 압도적 경기 속 러 니키틴에 판정패

17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 남자 복싱 밴텀급(56㎏) 8강전에서 블라디미르 니키틴(러시아)의 승리가 선언되자 마이클 콘란(아일랜드)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마이클 콘란 트위터.
17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 남자 복싱 밴텀급(56㎏) 8강전에서 블라디미르 니키틴(러시아)의 승리가 선언되자 마이클 콘란(아일랜드)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마이클 콘란 트위터.

편파 판정 논란. 스포츠 경기에서 종종 불거지는 문제다. 올림픽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리우 올림픽 복싱에서 해묵은 판정 논란이 또다시 벌어져 피땀 흘려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은 18일 리우 올림픽 복싱에서 판정 논란을 빚은 심판들을 퇴출했다. 이날까지 열린 경기의 판정을 모두 검토한 뒤 일부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고, 그 같은 판정을 한 심판들을 나머지 경기에서 배제한다고 밝힌 것이다.

AIBA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연이틀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이 나와 더는 침묵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편파 판정의 수혜를 받은 선수는 모두 러시아 소속이었다. 복싱계에 널리 퍼져 있는 러시아와 옛 소련계 인사들의 입김, 이른바 '러시아 커넥션'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17일 아일랜드의 메달 기대주 마이클 콘란은 밴텀급(56㎏) 8강전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니키틴에게 심판 전원 일치로 판정패했다. 콘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이 체급 강자. 이날도 실력을 발휘, 니키틴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심판들은 콘란의 공격에 얼굴이 엉망이 된 니키틴의 손을 들어줬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에 콘란이 상의를 찢으며 강력히 항의했다. 관중도 거세게 야유를 보냈다. 콘란은 심판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욕설을 날리기도 했다. 콘란은 "상대를 압도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 올림픽 꿈을 도둑맞았다"며 "앞으로 AIBA가 주관하는 대회라면 올림픽이라 해도 절대 출전하지 않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16일 남자 헤비급(91㎏)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예브게니 티셴코가 카자흐스탄의 바실리 레빗을 심판 전원 일치 판정으로 눌렀다. 하지만 티셴코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을 때 박수와 환호 대신 야유를 받아야 했다. 경기를 공격적으로 풀어간 레빗이 '진짜' 승자라는 의미였다. 야유는 금메달을 받는 순간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 국가가 연주되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졌다.

반면 의연하게 시상대에 선 레빗이 은메달을 받을 때는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시상식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레빗이 손가락을 입술에 대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신호를 보낼 정도였다. 경기 후 레빗의 발언은 심판들을 더 부끄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심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코치들을 비롯해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AIBA는 18일 퇴출하기로 한 심판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고, 경기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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