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의 향기]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조선시대 명문가 음식상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있었다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김봉규 지음/담앤북스 펴냄

류성룡의 제사상에 오르는 달달한 약과인 '중개', 공주님이 시집와 만든 종가음식인 '동곳떡', 명성왕후 가문에서 대대로 딸에게 전수하는 술 '왕주', 노인과 여자, 어린아이가 마시던 술 '이화주' 등등.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는 전국 종가 40여 곳의 전통음식과 술을 통해 우리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음식 인문학(음식 미시사) 책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 온 밥상과 다과상, 술상, 제사상, 손님상이 다양하게 펼쳐져 눈으로 요기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또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조상들의 손님 대접, 사람대접 정신까지 엿볼 수 있다.

종가와 관련한 역사적 인물을 통해 뜻밖의 미시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윤선도, 류성룡을 비롯해 명성왕후, 녹두장군 전봉준, 독립운동가 안희제와 관련된 내림음식, 내림술 비화가 있고, 음식으로 알아보는 선비 정신, 명문가의 정신으로 알아보는 음식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준다. 각박한 현대 사회와 달리 혼자서만 잘 먹고 잘살지 않겠다는 명문가의 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도 상차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내림음식과 내림술을 세상에 알리려는 후손들의 노력도 소개하고 있다. '전통 부각'을 판매하는 거창 사증종가와 '죽염장'으로 유명한 담양 양진제 종가처럼 기업이 된 종가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영남일보 기자로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의 혼과 문화에 대한 글을 써 왔다. 저서로는 '현판기행'을 비롯해 '불맥, 한국의 선사들' '마음이 한가해지는 미술산책' '길 따라 숲 찾아' '조선의 선비들 인문학을 말하다' 등이 있다. 6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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