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시절 6년 동안 살았던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zburg)는 알프스 끝자락에 있는 꽤나 유명한 관광도시이다. 음악의 신동이라고 불리는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하기에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찾아들고, 당연히 우리나라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이 온다. 관광철이 되면 지인을 통해 도시 안내를 부탁하는 이들이 꽤 있어서 틈틈이 관광봉사를 할 수밖에 없다. 여행 온 이들에게 이것저것 설명하고 있는데, 한번은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들었다. "신부님, 이 나라에는 왜 이렇게 장애인이 많습니까?"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의아했는데, 주위를 돌아보니 실제로 시각장애인, 다운증후군,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는 노약자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인구 800만밖에 안 되는 그 나라에 과연 실제로 장애인이 그렇게 많았겠는가? 당연히 그것은 아니다. 그 사회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 앞 못 보는 이들에게는 길 안내하는 도우미가 있고, 다운증후군 아이에게는 보호자가 있기에, 비록 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소위 말하는 '시설'만이 아니라 거리로 자연스럽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개인이면서 본성적으로 개인을 넘어 사회를 이룬다. 말하자면 나와 너가 모여 우리를 이루고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 이렇듯 나와 너, 사회와 사회의 상호의존성을 사회교리에서는 연대성(Solidarity)이라고 한다. 연대성은 인간 상호 간에 서로 깊이 연계해서 원조를 주고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대를 위해서는 서로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배려는 나와 너를 동일시하는 데서 시작한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말뿐 아니라 예수의 활동 안에서도 연대를 위한 노력을 볼 수 있다. 예수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 예를 들어 창녀, 세리, 절름발이, 맹인, 고아, 과부, 환자들과 우선적으로 그리고 자주 만난다. 인간 공동체 안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고 버림받은 이들과 함께하면서 희망과 기쁨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동양 고전인 『논어』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자인 중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을 한마디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공자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己所不欲 勿施於人'논어, 안연(顔淵) 제2장)라고 가르친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기를 내 마음을 헤아리듯 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 황금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계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함께 살아가는 연대를 위한 우리의 시대적 과제를 강조한 바 있다. "집 없는 노인이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것은 뉴스거리가 아닌데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2포인트만 떨어져도 뉴스가 되는 일은 배타성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굶주리는데 음식을 버리는 것을 계속 방관하고만 있을 수 있습니까? 이것은 불평등 때문입니다. 저는 세상을 멀리 하고 자신의 안위에 매달리는 병든 교회보다 거리에 나가 상처 입고 멍들고 더러워진 교회를 더 좋아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발전을 위한, 그들을 사회의 완전한 일원이 될 수 있게 하는 하느님의 도구여야 합니다. 우리가 가난한 이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온유하고 주의 깊은 사람이 되어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요즘 뉴스를 보면 별의별 일들이 나온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위험천만한 보복운전을 하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 가운데는 저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세하고 뇌물을 받아 챙기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너를 보지 않고 나만 보려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너'이고, '너'는 그 누군가의 '나'이다. 나를 바라보듯 너에 대한 배려를 하는 세상, 살맛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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