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리우는 아름다운 해변과 열정적인 삼바 축제, 거대 예수상으로 대표되는 코르코바두 산을 끼고 있다. 곳곳의 산자락에 파벨라(Favela)라고 불리는 빈민촌이 늘어선 게 리우의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주 위험한' 달동네쯤 되겠다. 노예 출신인 가난한 흑인들,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온 이들이 뒤섞이면서 형성된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돈이 생기면 벽돌을 하나둘 사서 담을 올리고, 다시 돈을 모아 벽을 세웠다. 그렇게 1층 집은 2층 집, 3층 집이 되고 어느새 작은 방이 가득 들어찬 다가구 주택이 됐다. 리우에만 700~800여 개의 파벨라가 있다고 한다. 리우 전체 인구 700만 명 가운데 약 30%가 파벨라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다. 가장 크다고 알려진 호싱냐(Rochinha) 파벨라에만 28만 명 정도가 거주한다.
멀리서 보면 파벨라는 네모난 성냥갑을 겹쳐 놓은 것처럼 보인다. 색깔도 알록달록하다. 하지만 그 속은 아름답다 하기 어렵다. 파벨라의 생활 여건은 열악하다. 세금을 내지 않는 터라 수도나 전기도 원칙적으론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무단으로 전기와 물을 끌어다 쓴다. 이곳도 빈부 격차가 있다. 평지엔 그나마 벽돌로 지은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산등성이를 올라갈수록 판잣집이 주류를 이룬다. 길도 더 좁고 더러워진다.
리우에서 여행사 가이드로 일한다는 한 교민은 "파벨라엔 대부분 빈민들이 머무는데 돈이 있어도 이곳에 큰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갱단에서 한자리를 차지한 사람 등 범죄 집단과 연계된 이들이 대표적이다"며 "세금을 안 내고 무리에 둘러싸여 안전도 보장되니 그들에겐 살 만한 곳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곳은 치외법권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갱단 지배 아래 각 마을의 자치대가 운영된다. 평소엔 경찰도 이곳을 찾지 않을 정도다.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길을 잃고 파벨라로 들어간 군인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기도 했다. 파벨라에선 갱단과 이들의 활동을 저지하려는 경찰 사이, 혹은 갱단끼리 총격전이 벌어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파벨라는 범죄와 마약의 온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루를 힘들게 버텨내는 도시 빈민들에겐 소중한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이곳 아이들은 축구, 삼바로 성공하길 꿈꾸며 자란다. 파벨라 출신인 호나우두나 네이마르와 같은 선수가 이곳 아이들에겐 우상이다.
브라질 당국은 올림픽을 맞아 경찰과 군인들로 파벨라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외지인 입장에선 좀 더 안전해지니 좋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게 아닌지,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이미 외신 등을 통해 경찰이 총기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말도 들린다. 장기적으로 빈부 격차 해소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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