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골프 역사 한 페이지 또 장식한 박인비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4라운드 경기에서 박인비가 11번홀 세컨 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4라운드 경기에서 박인비가 11번홀 세컨 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여자 골프 사상 최고의 '골프 여제'로 등극하며 새로운 전설을 썼다. 올해 손가락 부상 때문에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고 세계 랭킹도 5위까지 밀려났지만,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다시 열린 여자골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면서 역시 박인비라는 찬사를 자아냈다.

116년 만에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사실 한 달 전만해도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제대로 경기를 펼치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해 낸 박인비는 '골든 그랜드슬램'이라는 최고의 위업을 달성하며 여자골프의 '전설'이 됐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우승자가 된 박인비는 1988년생으로, 1998년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골프 선수로 대성하겠다는 꿈을 키운 대표적인 '세리 키즈' 중 한명이다.

아버지 박건규 씨를 따라 연습장을 다니다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하게 된 박인비는 분당 서현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주니어 대회를 제패했고, 2000년 겨울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만 19세 나이로 우승,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세계 골프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한 때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2012년 에비앙 챔피언십과 LPGA 투어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정상에 오르며 자신감을 회복한 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했다.

그해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개막 후 세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했다. 또 그 해 LPGA 투어 상금과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하는 등 2013년을 박인비에게 최고의 해로 장식해보였다.

2015년에는 유일하게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오픈 마저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은 아시아 선수 최초다. 이후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 7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17승을 거두며 올해 6월에는 LPGA 명예의 전당에도 가입했다.

이제 세계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모두 달성하면서 '골든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박인비의 업적은 전무후무한 대기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골프가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정식 종목으로 열리지만 2024년 대회부터는 정식 종목 지위를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현재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선수 가운데 현역은 줄리 잉크스터(56·미국), 카리 웹(42·호주), 타이거 우즈(41·미국) 등 노장들뿐이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20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떤 성적이 나올지 나 스스로도 몰랐다"며 "제 한계에 도전한다는 생각을 올림픽에 나왔다. 결과를 떠나 후회없는 올림픽을 치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박인비에게 올림픽 출전은 큰 부담이었다. 이달초 한국에서 열린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도 컷탈락하는 수모까지 겪었던 그녀였다. 박인비는 "주위에서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라는 말들이 있었다"며 "사실 나도 내가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역시 "올 시즌 부상 등으로 인해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기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을 결정한 후 마음자세를 가다듬고, 부상으로 흐트러진 스윙부터 정비하기 시작했다. 박인비는 "부상 여파로 원하지 않는 동작들이 나왔다. 이번주에 쳐보니 거리도 줄어든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박인비는 이에 1, 2라운드를 끝내고 연습 라운드장에서 한시간 가까이 스윙 연습에 몰두했다.

그리고 결국 2위와 5타차 나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면서 "이 정도의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하게 좋은 성적을 거둬 값진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박인비는 "도와주신 많은 분들이 생각났다. 응원해 준 국민들과 갤러리분들, 남편, 부모님 등 많은 분들이 생각났다"면서 "하늘의 뜻도 있었고 저 혼자 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벽에 경기를 보신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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