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까지 11언더파로 2위를 2타 차로 앞섰다. 마지막 4라운드 10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우승 행보가 꼬이는 듯했다. 하지만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답게 당황하지 않았다. 별다른 표정 변화없이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고, 13번홀에서 8m 거리 버디를 성공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표정이 없던 얼굴에는 마지막 홀을 마친 뒤에야 엷은 미소가 번졌다.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올림픽 골프 여왕 자리에 올랐다. 박인비는 21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 골프코스(파71'6천245야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골프 여자부 4라운드를 버디 7개, 보기 2개로 마무리하면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섰다.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한국 여자 골프의 자존심을 세운 데다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16년 만에 다시 올림픽에 선보인 골프에서 우승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
전날까지 1위를 고수한 박인비는 이날도 선두를 유지했다. 펑산산(중국)이 추격했으나 5타 차이로 따돌렸다. 펑산산은 9~11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추격했다. 하지만 13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사이 박인비가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달아나면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였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5m 이내의 짧은 퍼트가 연거푸 홀을 외면, 타수를 줄일 기회를 놓쳤다. 우승권에선 멀어졌으나 리디아 고의 뒷심은 강했다. 14,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펑산산과 어깨를 나란히 한 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에 성공, 11언더파 273타로 은메달을 건져 올렸다. 펑산산은 10언더파 274타로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애초 박인비에겐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다. 왼손 엄지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7월 초까지만 해도 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박인비가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했을 때도 다른 선수를 위해 양보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박인비는 실력으로 그 같은 우려를 잠재웠다. 1라운드에서만 1타 차로 2위를 기록했을 뿐, 2라운드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독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안정적인 플레이와 흔들림 없는 정신력을 보여주며 경쟁자들을 제치고 시상대 맨 윗자리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박인비는 남녀 골프 통틀어 4개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에다 올림픽 우승까지 차지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한국의 양희영(27'PNS창호)은 9언더파 275타로 공동 4위에 올랐고,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5언더파 279타로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김세영(23'미래에셋)은 1오버파 283타로 공동 25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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