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산자부, 한수원에 대한 도넘는 갑질

#한수원 본사 경주사옥 1층 인터넷망이 잠겼다. 기자실도 접견실도 회의실도 인터넷 먹통이다. 개인휴대전화로 인터넷 기능을 연결하는 것도 막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한수원 감사를 벌여 사전에 보안점검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망을 열었다는 이유로 끊은 것이다.

한수원은 산자부 보안허가가 나오기까지 적어도 6개월은 외부손님들의 인터넷 사용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30분이면 될 인터넷망 재개를 6개월이나 끄는 산자부의 의도에 한수원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지난달 초 고준위 방폐장 업무와 관련해 산자부 한 간부(서기관)가 경주를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10살이나 많은 월성원전 본부장에게 "당신은 내가 꽉 잡고 있는 사람 아니냐"며 막말을 해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주민이 해당 간부에게 "너무 심한 언사 아니냐"고 따져 묻자, 그는 되레 화를 내며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갑질은 유흥주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계속됐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갑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수원을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원전 안전'이 아닌 '안하무인' 격 갑질로 변질시킨 산자부의 비뚤어진 행동에 대해 한수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혀를 두르고 있다.

앞서 3월에도 산자부는 한수원을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여 '군기잡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보안문서도 아니며 내부문서가 외부유출된 것도 아닌데, 산자부는 경주신사옥 이사 과정에서 내부문서를 방치했다는 이유를 들며 한수원 전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감사를 벌였다.

한수원 직원들은 "한수원 업무에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는 산자부의 말 한마디에 무조건 복종할 수밖에 없다. 산자부 간부가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진땀 날 정도로 의전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한수원 직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최근 산자부 간부가 주민들이 있는 자리에서조차 월성원전 본부장을 아랫사람 부리듯 했다는 것은 산자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원전 안전을 위해 산자부가 존재하는지, 원전을 마음대로 부리기 위해 존재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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