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관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보험업체들이 약관으로 약속한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이유는 보험업계와 감독기관 내부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이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감독기관 내부에 업계를 비호하는 세력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현재와 같은 '항명'(抗命) 파동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감독기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정부 시책과 관련한 단순한 '협조요청'에도 일사불란하게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성의를 보여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지난 5월 대법원 판결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보험업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해선 향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겠지만, 민사적 책임 면제와는 별개로 보험업법 위반에 대해서는 행정적 제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업계에 대한 금융감독기관장의 최후통첩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자살보험금 미지급사를 중심으로 현장점검에 벌이며 보험금 지급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생명보험사 빅3'로 통하는 삼성'교보'한화생명은 소멸시효와 관련한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벌이는 보험업계의 배짱에 혀를 내두르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장의 영(領)이 실무선까지 전달되지 않거나 실무선에서 이행을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배경에 금융감독원 내 '보험마피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선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이미 금융감독원과 협의가 다 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수뇌부의 강성 발언이 이어지는 걸 보면 협의가 공식라인을 통해 이뤄지지 않았거나 감독기관 수장들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감독원 내 보험영역은 보험상품 설계와 관련한 전문성을 이유로 나름의 독립성과 독자성을 존중받아 왔다. 보험 상품의 적정가격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감독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배려가 감독기관과 업체 사이의 유착 고리를 강화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서는 비보험 분야에서 일하다 보험영역으로 인사가 나면 직급을 막론하고 다음 인사 때까지 '은따'(은근히 따돌림을 당함)를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보험영역 근무자들이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비호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기관장의 방침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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