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불공정 거래, 이제는 끝내자

예전 조폭 영화 '친구' 가 관객 800만을 돌파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영화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선생님이 학생들에 대한 훈육의 방편으로 '너거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폭언과 함께 폭력을 일삼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그때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라면 모두 무릎을 치면서 "맞아,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그랬어"라고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 지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추억은 지금 교육환경이 바뀌었기에 갖는 안도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안도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화된, 다시 말해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생활에서는 여전히 비정상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힘의 차이로 인한 비정상적인 거래 관행이 그중 하나다. 이는 우리 경제, 나아가 사회 전체의 발전에 족쇄를 채우는 불편한 진실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소위 갑질이라 불리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자영업자 영업 침범 등 비정상적인 것이 난무하지만 사적 경제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은폐된 부분이 많다. 납품단가 인하 문제는 제로섬게임이다. 중소기업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이윤이 대기업으로 그만큼 이전되는 것인데, 그 결과는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의 수익성 격차로 나타난다.

한국은행(2014년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조업 당기순이익은 각각 3.57%, 2.60%이다. 하도급 구조가 강한 자동차와 전자업종 등을 살펴보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대기업 6.49%, 중소기업 2.36%이다. 전자 업종도 각각 6.80%, 1.00%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2000년대 이후 대기업은 과거 중소 협력사를 통해 아웃소싱하던 몫을 계열사 편입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대체했다. 이에 따라 협력사인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와 비계열 협력사 간의 영업이익도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기업의 수익이 많이 발생해야 투자도 늘리고 기술개발과 고급인력 충원도 가능하다. 대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 자동화, 해외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신규 고용 창출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높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고급인력을 충원하고 기술개발과 세계무대 진출을 위한 역량강화에 매진하는 것이 중소기업과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일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 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고자 지방중기청마다 불공정상황반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신고가 많지는 않다.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의 보복으로 인한 거래 중단을 원치 않고, 거래를 끊더라도 업계의 평판 등을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중기청은 신고자에 대해 익명을 보장하고 정기 위'수탁거래 실태조사 때 자연스럽게 조사하는 방법 등을 통해 신고자를 철저히 보장하고자 한다.

아울러 주요 업종별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 사례를 발굴하고, 거래 위반 행위가 있을 경우 불공정거래 재발방지와 사전 예방을 위해 엄격한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확인된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과 분쟁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등 고질적인 불공정거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우리 경제의 불공정거래 관행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먼 훗날엔 오늘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만 남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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