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대통령께서는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고 하시며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셨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말이 바로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이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이 결합된 이 말은 대통령께서 우려하시는 바대로 쓰면 쓸수록 힘이 안 나는, 불행한 말이다. 그 말 속에는 사회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과 무기력이 녹아 있기 때문에 힘을 내서 열심히 해 보자는 분위기마저 무력화시킨다. 이러한 심리가 국민들 사이에서 커지면 국가 경쟁력도 낮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말이라는 것은 사회성이 있어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사용이 되지 않고, 공감을 얻으면 널리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신명나고 의욕이 넘치는 나라라면 누군가 '헬조선'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그 말에 공감하는 사람은 없게 되고, 그런 말을 쓰지 말라고 하기도 전에 자연히 사멸하게 된다. 그런데 그 말이 계속 사용된다면 원인을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 일의 순서에 맞는 것이다. '헬조선'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청년층, 그중에서도 '흙수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는 지상낙원에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지금 세상을 '헬'이라고 할 리는 없다. 지금 청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을 돌며, 기성세대에 비해 몇 배나 더 힘든 경쟁의 과정을 거쳐 대학에 진학한다. 그렇게 힘들게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해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더 혹독한 경쟁을 해야 하고, 직장 생활을 해도 기성세대처럼 안정적으로 삶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이 전쟁이나 보릿고개를 겪어보지 못해서 진짜 지옥이 무엇인지 몰라서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훈계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는 노력하면 뭐든 될 수 있고, 열심히 일해서 돈 모으고, 집 사고, 자식들 예쁘게 키우고 하는 등의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은행 대출 갚기도 빠듯한, 희망이 없는 상황이 만연하다면 정신적으로는 더 지옥일 수 있다.
대통령께서 만약 "우리 사회에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통용되는 이유는 아직 우리 사회에 청년들이 감당하기 힘든 부분과 부조리한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부분을 일소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로 만들어 봅시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헬조선'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때보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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