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요, 그냥 졸업증서만 받았습니다."
19일 오전, 8월 졸업식이 열린 경북대학교 교정. 1천500명이 넘는 학부생들이 이날 졸업을 했지만 캠퍼스 분위기는 한여름 무더위에 질린 것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간간이 졸업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지만 대강당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을 빼고는 졸업식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진로를 정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상당수인 때문이다.
실제 이날 졸업생 상당수가 졸업증서만 받아가거나 아예 학교를 찾지도 않았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학과 사무실에서 졸업증서만 받아갔다는 사회계열학과 07학번 박모(29) 씨는 "더 이상 졸업을 미룰 수가 없어서 하긴 했는데 축하받을 일도 아니고 해서 부모님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과거처럼 동기끼리 졸업하는 경우도 드물다. 동기 30명 중 혼자 졸업식에 참석했다는 신문방송학과 09학번 문제원(27) 씨는 "동기들이 몇 년 전부터 2월과 8월 2, 3명씩 졸업하기 시작해 졸업식이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문방송학과 11학번 임수진(25'여) 씨는 "동기는 물론 선'후배 모두 졸업 시기가 달라 누가 참석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했다.
제때 졸업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줄면서 과거 꺼리던 8월 학위를 받는 졸업생은 오히려 늘고 있다.
경북대의 경우 10년 전인 2006년 8월 졸업생(908명)이 2월 졸업생(2천910명)의 30%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8월 졸업생(1천509명)이 2월(3천720명)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선'후배와 교수들이 살갑게 졸업을 축하해줬던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학부생은 학과 대표 14명만이 참석했다. 축하 행사를 여는 학과도 손에 꼽을 정도다. 경영학과 11학번 이지현(25'여) 씨는 부모와 함께 졸업식에 왔지만 이날 학과 사무실 조교에게서 졸업증서를 받은 게 전부다. 이 씨는 "아버지께서 반차까지 내고 오셨는데 민망했는지 사진 한 장 찍고 일찍 가셨다. 평생에 한 번 있는 졸업식인데 졸업생끼리 모여 축하 인사를 나눌 기회조차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학과 사무실에선 학위복을 대여하러 온 졸업생들에게 동창회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전자공학부 졸업생 이모(27) 씨는 "학위복을 대여하기 위해서는 동창회비 2만원을 내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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