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조만간 지나간다고 하니 이제 다가올 가을을 기대하게 된다. 매년 하반기가 되면 국내 미술계에는 주목할 만한 행사들이 개최된다. 2014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한국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연례프로젝트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와 1995년 도입되었다가 2012년부터 개편되어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과 공동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이다. 모두 기업의 메세나(Mecenat) 활동 사례라 할 수 있다.
메세나란 문화예술 등의 공익사업에 지원하는 기업들의 지원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로 1967년 미국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 시 처음 사용하면서 상용화되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LA카운티미술관(LACMA)과 장기파트너십 체결 등으로 글로벌 아트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SBS문화재단 역시 사회공헌의 주요 사업으로 올해의 작가상 후보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하는 등 작가들을 위한 국내외 홍보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이 예술을 후원하기도 한다. 미술전문가 다카시나 슈지는 저서 '예술과 패트론'에서 뛰어난 예술가의 역량을 인정하고 평가하여 그 예술가에게 활약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보호자를 패트론(patron·후원자)이라 하며, 패트론은 예술 작품의 경제적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예술가를 이해하고 작품을 평가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였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등의 작가들에게 물질적 후원과 훌륭한 학술적 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어 다양한 예술적 자극을 받게 해주었다. 조선시대 안평대군은 예술애호가로 수많은 서화를 보관하였다가 지인들에게 보여주어 당대 예술 수준을 높였다.
필자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한 예술가에게 작은 후원을 한 적이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와 재정조달을 뜻하는 '펀딩'이 결합된 신조어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뜻한다. 모바일 매체를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와 인터뷰를 접한 사람이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 바로 소액 후원할 수 있는 편리한 방식이었다. 작가에 대한 관심을 기념할 수 있는 소정의 작품도 보내준다. 필자 역시 이러한 행위를 통해 한 작가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어졌다. 이는 새로운 컬쳐 패트론의 형태로 주목할 만하다.
영국 아르놀피니 미술관 톰 트레버 관장은 패트론이야 말로 앞으로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자산이라 하였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패트론으로서 후원은 타자를 위한 투자가 아닌 '나 자신의 가치지향적인 삶'을 위한 후원이라 여기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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