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려석(58) 씨 그는 별난 농부다. 9천900㎡(3천 평) 남짓 그리 크지 않은 그의 밭에는 작물이 무려 70여 종이 자란다.
그는 잡초, 벌레와 싸우지 않는다. 따라서 경운기는 물론 제초기도 없다. 그러나 나 홀로 농사를 지으려니 하루 10시간 동안 뙤약볕 아래에서의 농사일은 중노동이다.
그는 한때 잘나가는 극장 감독이었다. 그런 그가 연수입 2천만원도 안 되는 힘겨운 자연농의 길을 걷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돈'보다 '꿈'이 중요하며 '경쟁'하는 삶에서 벗어나 '공생'할 수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별난 그의 옆에는 그를 무조건 지지하고 모든 것을 책임져주는 부인 최윤정(49) 씨가 있다. 12년 전 려석 씨는 부인에게 "내가 할 일이 있으니 10년만 생계를 책임져 달라"며 전격 선언을 했다. 윤정 씨는 "지금까지 당신이 생계를 책임졌으니, 이제부터 내가 해도 좋다"며 군말 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윤정 씨는 그때부터 옷 장사에 춤 선생, 밭일까지 남편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 "하루 종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땀 흘리는 남편을 보면 저절로 지고지순한 아내가 되고 만다"고 말한다.
KBS1 TV '사람과 사람들-그 남자 밭에는 우렁각시가 있다'는 24일 오후 7시 3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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