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무더위를 식혀줄 바람이 사라지고 있다. 고층 건물이 들어서 '바람길'을 막으면서, 지난 30여 년 동안 여름철 풍속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기상지청의 여름철(6~8월) 평균풍속을 분석한 결과 1981~2016년 사이 대구의 바람이 상당히 약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의 6~8월 평균풍속은 1980년대(1981~1990년) 3.04m/s에서 1990년대(1991~2000년) 2.71m/s로 10.9% 감소했다. 2000년대(2001~2010년)엔 2.23m/s로 더 큰 폭인 17.7%나 떨어졌고, 최근 6년(2011~2016년)은 2.1m/s로 계속해 바람이 줄어들고 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달은 8월이다. 8월은 1980년대 2.94m/s에서 2011~2016년 1.97m/s로 33%나 바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6월과 7월은 각각 28.5%와 31.2% 평균풍속이 줄었다.
8월의 평균풍속이 높았던 해는 1983년과 1991년의 3.3m/s였고, 반면 가장 낮았던 해는 2013년과 2015년의 1.7m/s이다. 특히 3m/s를 기록한 1996년을 마지막으로 8월의 평균풍속이 3m/s 이상을 기록한 해는 20년 동안 한 차례도 없었다.
8월 한 달 동안(31일) 하루 평균풍속이 3m/s 이상인 날도 점차 줄고 있다. 1980년대에 평균 12일에서 1990년대 9.7일, 2000년대 4.9일, 2011~2016년 3.2일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풍속 감소 원인을 고층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바람을 막는 '지면 마찰'이 심해진 탓으로 보고 있다.
대구의 11층 이상 건축물은 1990년 202개 동에서 2000년에는 2천68개 동으로 10배 넘게 증가했고, 2010년과 2015년에는 각각 3천945개 동과 4천521개 동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1층 이상 건축물은 '0(1990년)→46(2000년)→633(2010년)→849(2015년)개 동'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대구의 바람은 주로 서쪽에서 불어와 도심을 관통해 동쪽으로 흐르는 편서풍인데 도시의 건물들이 이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며 "풍속이 준다는 건 대기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여름철 더위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악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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