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 장외경륜장 유치,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포항에서는 장외경륜장 유치를 놓고 찬반 논란이 몇 달째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유치를 찬성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은 각자 시민 홍보전을 펼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중앙상가 상인들은 장외경륜장 유치를 통한 상가 활성화를 외치고 있고, 시민'종교단체는 문화의 거리 훼손 및 사행산업 반대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두 진영의 논리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중앙상가 상인들은 포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외경륜장을 통해 상가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상인들은 중앙상가 956개 점포 가운데 238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폐업 점포가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절박한 상인들의 목소리를 허투루 들을 수 없기에 장외경륜장을 마냥 매도하기도 어렵다.

시민'종교단체들은 중앙상가 실개천거리는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문화공간이어서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경실련은 장외경륜장 설치로 연간 7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해도 포항시의 세수는 고작 3억6천500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결국 포항시는 장소만 빌려주고 실익은 창원경륜공단과 경륜 시행처인 창원시가 챙긴다는 것이다. 세수 증대에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두드러지는데 유치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두 진영이 5월 말부터 논란을 벌였지만, 그간 포항시는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진영의 눈치를 살피다 세월만 보낸 것이다. 공청회가 30일 열리지만, '우유부단 행정'의 대표격인 포항시가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리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찬반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지자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신속하게 결론을 짓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 양쪽의 상처가 깊어지지 않는다.

중앙상가 상인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장외경륜장 설치는 하지 않는 것이 옳다. 대구, 창원 등의 야외경마장이나 경륜장을 가면 눈꼴 사나운 장면이 너무나 많다. 이용자들이 마구 세워둔 불법주차 차량과 찌푸린 얼굴, 욕설 등이 뒤섞여 보기에 좋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정말 유해한 환경이다. 상인들은 장외경륜장보다는 포항시에 확실한 상가 활성화 방안을 요구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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