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시인 유품 상당량이 허술하게 보관되다 도난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중부경찰서는 24일 이상화 시인 유품을 훔친 혐의로 유품 관리를 맡아왔던 도모(85'여) 씨와 유품을 빼돌려 판매하려 한 하모(61), 조모(49) 씨 등 3명을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상화 시인의 백부인 이일우 선생 고택 가사도우미로 45년간 일해온 도 씨는 지난 2013년 3월 24일 하 씨에게 이상화 시인과 형제가 쓴 편지(3천307점)와 엽서(1천855점)류를 비롯 각종 물건 1만1천263점을 몰래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유품을 몰래 판매한 뒤 도 씨가 받은 돈은 고작 260만원.
해당 고택은 7세에 아버지를 여읜 이상화 시인과 형제들이 어릴 적 자란 곳으로 관련 유품이 그대로 보관돼 있었고, 고택은 45년간 가사도우미로 일한 도 씨만이 홀로 지키고 있었다. 하 씨는 고령에다 유품의 가치를 잘 모르고 있던 도 씨에게 접근해 "쓸모없는 서적이나 폐지류가 있으면 좀 팔아라"며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 씨는 승합차를 고택 앞에 대놓고 8개 창고 중 하나를 골라 쌓여 있던 유품을 승합차에 쓸어 담았다.
6개월 뒤 하 씨는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조 씨에게 3천600여만원을 받고 유품을 그대로 넘겼다. 하 씨는 해당 유품을 거래하고자 모 지방자치단체 문화재 담당자에 접촉하기도 했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했다. 조 씨는 하 씨로부터 유품을 사들인 후 양이 방대해 정리하지 못하고 창고 한쪽에 방치해뒀다가 수사에 착수한 경찰에 모두 압수당했다.
뒤늦게 범행이 드러난 것은 이상화 시인 유족들이 이상화 기념관 설립을 준비하며 전시할 유품을 찾던 중 창고에 보관돼 있던 유품 일부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때문이다.
경찰은 도난당한 유품 전량을 회수했으며 국립대구박물관에 보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유품들은 전문가의 감정을 거치지 않아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가치를 정확히 추정할 수 없으나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때 우리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자 항일운동 정신이 담긴 중요한 사료"라고 했다.
한편 현재 이상화 시인 관련 유품은 유족 등 민간에서 소유'관리하고 있으며, 경주 이씨 금남공파(종손 이원호)가 대구 달서구 대곡동에 설립하고 있는 '이상화 기념관'(가칭)이 완공되면 유족으로부터 유품을 받아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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