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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 이전? 재건축?…여전히 갈팡질팡 대구시 행정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대구도매시장) 시설현대화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대구시가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방침을 내린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전이냐 재건축이냐'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대구시의 용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대구시가 지난해 2월 (재)한국산업관계연구원 공동컨소시엄에 의뢰해 지난 6월 받아든 '대구북부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타당성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대구도매시장을 이전할 경우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68점) ▷북구 팔달동(63점)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58점) ▷북구 검단동(56점) 순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용역 보고서는 공사 어려움이나 사업비 증가 등을 들어 '4곳 후보지 중 탁월하게 적정한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대구도매시장 후적지를 매각한다는 전제 하에 일정 수준의 비용 증가는 감안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부지로 도매시장을 옮긴다면 기존 시장이 떠안고 있던 유통'저장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의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 대구도매시장을 재건축할 경우 기대 수요만큼 공간이 확장되지 않는 점도 이전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다만 시가 예산보다 더 크게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이전에 반대하는 상인 및 이전 후보지 주민의 여론이다. 이전 후보지 중 팔달동, 검단동 부지는 각각 도로 건설이 불가능하고 접근성이 낮다는 등의 문제로 사실상 이전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구라리와 대평리가 적합지로 꼽히는데, 구라리의 경우 넓은 부지와 뛰어난 접근성이 강점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곳을 대형시장으로 개발할 경우 환경'교통체증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며 대신 택지로 개발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대평리는 주민들이 이전을 환영하지만 현재 도매시장 위치에서 너무 멀다는 이유로 상인들이 탐탁치 않게 여긴다.

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도 강경하다. 재건축 주장을 고수하는 중앙청과 한 관계자는 "우리를 비롯한 수산물 도매법인 상인들은 이전할 경우 현재의 접근성이 뛰어난 시장 진출입로 인근 입지를 포기해야 하는데다 주변에 형성된 기존 상권 및 사설 저장창고를 활용하지 못하는 점 등에 부담이 크다"며 "재건축을 통해 상가 배치를 효과적으로 한다면 출하자들이 지금보다 먼 곳까지 물건을 내다 팔러 가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가 너무 안일한 자세만 취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곳에서 10년째 청과업을 하고 있는 한 상인은 "대구시는 도매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몇 년째 검토만 하고 있다. 차일피일 시간만 미룰 게 아니라 행정력을 발휘해 명쾌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상인 의견을 묵살하고 무작정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하다"며 "하루 빨리 상인들의 의견이 모이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해 말까지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최근 나온 용역 결과의 적합성을 별도로 따져본 뒤 대구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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