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추경예산 편성보다 더 급한 과제가 무엇인가

여야가 22일로 합의한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을 다룰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 때문이다. 야당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고, 여당은 그렇게 못하겠다는 것이다. 여야는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추경 처리 무산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데만 급급했다.

그러는 사이 귀중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번 추경의 성패는 속도에 달렸다. 한국 경제는 2%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조5천억원에 이르는 추경을 집행한 결과가 이 정도다. 올해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8%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나마 정부가 계획한 11조원의 추경예산을 투입해 0.1~0.2%포인트라도 경제성장률을 올려야 가능하다.

추경 편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이 늦어지면 일자리 6만8천 개가 사라진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수출은 1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2012년 이후 금리를 여덟 번이나 내렸지만 경기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 매출은 2014~2015년 2년 연속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의 불쏘시개가 될 일자리 감소는 우리나라의 성장엔진을 멈추게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일이다. 11조원 추경은 국내총생산(GDP)의 1%도 안 되는 작은 예산이지만 우리나라 성장 기회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는 큰 금액이기도 하다.

추경 편성은 내년도 본예산안의 국회 제출 시한이 다음 달 2일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은 일주일도 안 남았다. 이 때문에 추경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여건 야건 국가 경제를 망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양보하고 협력해야 한다. 야당이 두 증인 출석을 고집하고, 여당은 무조건 거부해서는 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 여야의 유연성 있는 태도가 절실하다. 지금 시점에서 추경안 통과보다 더 절실한 과제를 찾기 힘들다. 추경이 정쟁으로 발목이 붙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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