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사드 배치하려면 김천 시민을 설득하라

사드 배치지가 성주군 내 제3의 장소로 바뀌었지만, 그 여파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성주 군민은 일방적인 정부 결정을 철회하는 힘을 보여줬지만, 본의 아니게 김천 시민에게 싸움을 넘긴 결과가 됐다. 제3의 장소가 김천과 맞닿은 인접지역이다 보니 김천 시민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국방부는 제3의 장소로 성주 롯데골프장을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다. 이곳은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와 직선거리로 600여m, 김천의 미래성장 동력인 혁신도시와는 7㎞ 정도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이곳으로 결정하면 김천의 남쪽 지역은 유해파 논란을 빚고 있는 사드 레이더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난데없는 날벼락'에 김천 시민들이 황당해하고 분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성주 군민이 정부와 실컷 싸우고 떠넘긴 것을 김천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니 누구라도 기분 좋을 리 없다. 김천시, 김천시의회 등을 중심으로 '김천 사드 배치 반대 투쟁위원회'를 꾸렸다. 24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 정도로 반대 여론이 아주 거세다. 김천 시민의 반대 열기를 볼 때 제3의 장소마저 미봉책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성주에 이어 김천까지 시끄러워졌다. 일방적으로 배치지를 정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론화와 주민 설득 과정을 거쳤더라면 이런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정부가 진정으로 사드 배치를 성공시키려면 성주에 이어 김천 시민까지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까지 성주에서 봤듯, 아무리 안보가 중요해도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기피 시설'을 배치하기란 불가능하다. 정부와 국방부는 김천 시민에게 다가가 설득과 이해를 구하고 민심을 제대로 추슬러야 할 것이다.

김천 시민의 심정은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여지가 있다. 정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과격하고 비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평화롭게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김천 시민의 요구를 정정당당하게 정부와 각계에 알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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