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51) 충남도지사는 '링에 처녀 출전하는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대권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의 적자' '노무현 가치 계승자'를 자처하면서도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부처를 죽여야 한다'는 말로, 과거나 과거 인물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하자고 했다. 25일 오전 홍성으로 옮겨간 충남도청 새 청사에서 만난 안 지사는 부드러우면서도 각 사안에 대해 명쾌한 논리로 인터뷰에 막힘과 거침이 없었다.
안 지사는 "나는 김대중'노무현 역사의 후손이지만, 그 시대의 문제를 가지고 확산시켜서 정치적으로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며 "내가 가지는 역사의식과 문제의식, 내가 이끌고자 하는 미래의 가치를 가지고 승부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보수진영도 이제 '이승만'박정희'로부터 벗어날 것을 권유했다. 그는 20세기 낡은 보수와 진보의 틀을 깨야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식민지, 분단, 독재,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불신과 미움, 분노를 걷어내고 미래로 향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21세기 '좋은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를 어떻게 보나.
▶설득력 없는 자존심 싸움이다. 정부와 정치에 대한 불신은 자리가 바뀌면 잣대나 입장이 바뀌기 때문에 생겨난다. 입장이 바뀐다고 말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현재의 여당은 지금보다 훨씬 작은 사안에도 '물러나라'고 했다. 국정운영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해놓은 원칙대로 가야 한다. 청와대 스스로 임명한 특별감찰관이 수사 의뢰를 했으면 (우 수석이) 자리에서 내려와 공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상식의 문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은.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는 국민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아내는 데 적절한가, 국민을 100% 지켜주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인구의 60~70%에 대한 방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드가 북한 미사일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른 측면에서는 한미 군사동맹 차원에서의 필요성이다. 박근혜정부는 북한 미사일 때문에 우리가 요구했다고 하지만, 미국이 아시아 군사전략 차원에서 배치를 요청한 측면이 강하다. 전통적인 우방이면서 세계 질서 중심축인 미국과의 문제에서 볼 때 사드 배치를 한미 간 대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풀어야 한다.
-사드 논란의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대한 수정을 촉구해야 한다. 또 현재로선 사드가 효과적으로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고, 인구의 대다수를 방어하지 못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의 방어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군사력만으로는 모든 것을 지킬 수 없다. 정부의 중요한 안보의 기본은 외교 전략이다. 정부는 누구로부터도 침략당하지 않도록 외교 전략을 잘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가장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외교 전략은 없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개헌론과 방향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와 헌법재판제도의 도입 등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를 이룬 사항이다. 하지만 대의 민주주의 보완제도로서 지방자치와 분권의 헌법적 보장은 매우 미흡하다. 단순히 권력구조만 가지고 논의하기보다 지방자치가 보장되는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 주민들이 실질적 주인이고, 분권과 자치를 통한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등 주민자치를 위한 지방정부의 권능과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분권형 개헌이다. 프랑스는 50여 년의 노력 끝에 분권형 헌법 개정을 성취했다. 헌법 전문과 총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라는 것을 천명하고, 자치입법권을 확보해야 한다.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공무원을 세종시에 데려다 놓고 국회와 청와대만 서울에 있는 것은 맞지 않다. 새누리당 차세대 리더들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정상 추진해보자는 제안을 기쁘게 생각한다. 행정수도가 정상화되면 가까운 대구와 광주 등이 발전을 위한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법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해 수도 이전을 못 박든지,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위헌판결을 다시 뒤집는 판결을 한다면 재추진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국회가 세종시에 회의실을 갖추고, 대통령이 세종시에도 집무실을 갖춰놓고 주요 회의를 주재하는 방법도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방안은.
▶우선 대화를 해야 한다. 심지어 전쟁 중에도 당사자들이 대화를 한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정파를 뛰어넘어 서로가 합의해야 하며,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우리의 전략을 펴낼 수 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 1991년 노태우 대통령, 2002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등 정권을 달리하는 4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그 정신은 일관된 것이었다. 민족의 평화통일이 아시아평화공동체로, 아시아 전체의 평화 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아시아 질서에 대한 평화, 세계에 대한 평화의 비전을 제시할 때라야만 우리는 한반도의 영속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교육, 복지 등을 위한 증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모든 국가재정의 지출은 생산적 투자다. 노인복지, 교육복지, 아동'다문화가정에 대한 각종 복지지원정책은 사실상 국가생산력이라고 하는 바탕을 깔아 주는 일이다. 행복한 국민, 건강한 국민, 교육 받고 훈련된 국민이 있을 때라야만 국가 경쟁력이 살아난다. 그 때문에 여기에 대한 투자가 복지 포퓰리즘 또는 나눠 쓰기 예산으로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조세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민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본다.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복지재정은 더 늘어날 것이기에 당분간 우리나라에서 감세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는 양극화에 대한 해결방안은.
▶양극화 문제는 소득 분배와 재분배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 중 하나로, 점점 심화되고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소득 분배 정책과 조세'재정'복지정책을 혼합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결합해 유효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체적인 소득은 끌어올리고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 고용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방안은.
▶청년 문제는 세계 공통의 문제이고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종합처방이 필요한 사안이다. 과거 제조업은 생산을 늘리려면 노동을 투입했지만, 지금은 설비 고도화에 의존하다 보니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매년 새로 창출되는 신규 일자리 수요에 턱없이 모자란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서비스산업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정부에 바라는 점은.
▶우선 마음에 좀 안 들고 못마땅하더라도 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자꾸 격려를 보내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통령으로서도) 불통(不通)의 이미지를 깨는 것이 중요하고, 야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그런 폭의 다양성을 좀 더 가져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차가운 원칙보다는 따뜻한 대화가 필요하고, 통보하는 대화가 아니라 대화 과정을 통해서 각자의 의견을 조정하고 또 합의해 나가는 그런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인가?
▶좋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겸손하고 용기가 있고 자유로워야 하며, 인간적인 애정도 있어야 한다. 또 우리 사회 많은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다. 좋은 민주주의 지도자라야만 소비자와 종업원과 노동자, 모두가 승리하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헤게모니와 정치공학적 지도자만 있으면 기업과 개인은 성공할지 모르지만 상품과 기업의 가치, 그리고 소비자와 시장의 질서는 무너지게 된다.
-다음 대통령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라면 무엇을 들 수 있나?
▶국민들은 20세기까지 대한민국을 주도했던 국가주도형 성장 중심주의 경제발전전략, 정치적 측면에서 동서냉전 지역감정, 사회적으로 양극화의 심화와 갈등 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적 담론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실질적인 20세기의 극복이라고 본다. 과거처럼 지도자의 개인적 덕성이나 능력에 따라 나라가 좌지우지되지 않고 제도에 의한 협치 안전성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이 시대의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지도자가 어떤 정치적 노선과 소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 리더십에 충실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 공정과 정의의 정신에 입각해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국민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움에 대하여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대중, 노무현을 잇는 우리 당의 적자가 되겠다. 그리고 정당정치를 제대로 세우고 싶다. 대한민국의 정당과 민주주의라는 틀에 대해 관심이 있고, 진보진영 전체가 어떻게 하면 민주적 공화국이 조직 내에서 잘 수렴되게 할 것이냐, 그래서 이 정당정치를 어떻게 책임 있게 국민 앞에 세우느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한 정당정치와 문화를 마련하는 것이 내 꿈이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진중하게 한 발자국씩 내딛고 있다.
-일부에서는 안 지사를 '친노 좌파'라고도 공격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여의도와 정당정치에서 계파로서의 친노는 없다. 언론에서 말하는 친노란 노무현의 가치에 동의하는가 안 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중심으로만 되어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친노라는 사람들 외에도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내에는 노무현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본다. '노무현의 가치'는 평범한 상식과 규칙, 원칙을 실천하는 정신이다. 특권과 반칙을 부정하고 원칙과 상식에 따라서 행동하려는 태도다. 20세기 보수와 진보의 틀에서 벗어나 이를 버전업(version-up)시켜야 한다. 20세기 진보는 민족 해방과 계급 착취라는 두 가지 개념에 사로잡혔고, 20세기 보수 역시 오로지 반공이념 하나로 갔다. 이런 소모적인 20세기 진보와 보수의 낡은 틀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
-21세기 진보와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식민지, 분단, 독재,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불신과 미움을 걷어내는 일이다. 상대를 불신하고 공격하는 것은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 한쪽에선 이승만 단독정부를 반대했던 이들, 다른 쪽에선 친일파 앞잡이라는 식의 불신이 여전히 살아있다. 역사 바로 세우기, 과거사 진상 규명 등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 4'19혁명과 6'10항쟁 등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현재의 논쟁과 다툼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향해가길 바란다. 20세기의 낡은 구도를 깨고 새로운 현재와 미래의 주제로 나가자는 뜻이다.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대권도전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겠나?
▶모든 것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여러 영향 속에 존재하지만, 결국 '나는 나'다.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소신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물려받은 후광이나 역사적 축적물이 작용할 뿐이다. 링에 오를 때는 처녀 출전하는 마음으로 해야 자기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판이 다 짜여 있는데, 순진하게 당신 수준으로 되겠느냐' 하는 문제는 다르다. 기존의 질서와 기득권의 질서는 존재한다. 하지만 미래는 그 기득권에서 나오지 않는다. 미래는 처녀 출전하는 바로 그 '도전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1964. 10. 28 충청남도 논산 생
1980. 논산 연무중학교 졸업
1980. 남대전고등학교 중퇴(2003년 명예졸업)
1982. 대입검정고시 합격
1995. 고려대학교 졸업
1994.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
2001. 노무현 대통령후보 경선 사무실 사무국장
2002.5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2003.2 새천년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2005.3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2007.5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회 위원장
2008. 민주당 최고위원
2010.7~2014.6 제36대 충청남도 도지사
2014.7~ 제37대 충청남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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