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흡연자의 공적(公敵) 1호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가 1997년 담배를 '마약'으로 선언하면서 세계적으로 애연가의 권리가 제한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비흡연자였기에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렇게 자주 저지른 '혼외정사'는 금지 선언을 하지 않고 놔뒀으니 '양심불량'이라는 우스개도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지만 20, 30년 전만 해도 한국은 흡연자의 천국이었다. 집안, 사무실, 공공장소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고 시외'고속버스, 비행기 좌석에도 재떨이가 버젓이 있었다.
한국은 일찌감치 미국의 금연정책을 받아들였지만, 마지막까지 버틴 나라는 일본과 프랑스였다. 6년 전만 해도 일본 고속철 신칸센에는 흡연칸이 있었고, 20년 전 파리 드골 공항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이제 일본은 장소별로 흡연'금연을 구분하는 분연(分煙)정책을 시행 중이고, 프랑스는 실내에서 금연이다.
흡연자는 '낭만'과 '고뇌'의 대변자는커녕 범죄자나 다름없다. '별종 인간'처럼 대접받기에 공공연하게 꼬나물 수도 없고, 피울 곳도 없다. 흡연자들은 '쥐새끼'처럼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사무실 계단, 골목 같은 외지고 어두운 장소에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운다. 법에 금지된 장소에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불법을 저지르는 21세기형 '어둠의 자식들'이다.
길거리, 골목에 담배꽁초가 뒤덮고 있지만 대책이 없다. '흡연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보도가 잇따르지만, 단순한 현상보다는 흡연자의 심리부터 살펴야 한다. 거리에서의 흡연은 대부분 불법이다. 중심가에서도, 학교 출입구 50m 이내에서도, 음식점'커피숍'술집'PC방에서도 온통 불법이다. 그런데도 흡연 구역이나 흡연 부스는 전무하다.
불법을 생활화한 '어둠의 자식들'은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고, 가래침을 뱉는 행위에 죄의식이 없다.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흡연이 자유롭던 시절보다 거리에 담배꽁초가 훨씬 많다. 흡연 부스 하나 만들지 않으면서 담뱃값만 올려 매년 10조원의 세금을 걷어가는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흡연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에 대한 반항심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좀 과장하면, 정부의 획일적인 엉터리 금연정책이 우리 사회에 '양심불량형 인간' '범법자형 인간'만 양산하는 셈이다. 법이란 지킬 수 있어야 존재 가치가 있다. '어둠의 자식들'을 밝은 곳으로 이끌어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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