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영욕의 인물들/정인열 지음/해조음 펴냄
다시 8월이다. 29일은 국치일이고, 15일은 광복절이다. 나라를 잃은 지 106년, 되찾은 지 71년이다. 해마다 광복절 행사가 열리고, 걸핏하면 일본에 핏대를 올리지만 정작 과거를 찬찬히 되짚어보거나 반성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본과 친일파를 욕하고, 독립운동가를 찬양하지만 그뿐이다. 자주 민주국가의 국민으로 권한은 알뜰히 찾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에는 둔감하다.
이 책은 매일신문사 정인열 기자가 2012년 6월 4일부터 2014년 12월 22일까지 본지에 매주 1회 연재했던 '역사 속 인물'에 등장했던 사람 중에서 광복과 관련된 인물 133명을 뽑아서 묶은 것이다.
나라에 목숨을 바친 사람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 민족을 배반하고 자신의 영달과 부귀영화를 위해 살다 간 군상들,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기꺼이 감당한 사람들, 외국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몸을 던진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제1부 '항일의 삶-별이 되다'에서는 항일의 길을 걸었던 83명의 삶을 소개한다. 제2부 '친일의 삶-어둠이 되다'에서는 19명의 친일파 혹은 변절한 인물들을 다룬다. 제3부 '또 다른 삶-길이 되다'에서는 암울한 시대에 또 다른 길을 걸어간 인물 21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4부 '여성의 또 다른 삶-희망이 되다'에서는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다간 6명의 여성을 살펴본다. 제5부 '외국인-조선에 빠지다'에서는 한국을 위해 큰 역할을 한 4명의 외국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석영은 종두법을 익히고 확산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지만, 친일행적이 오점으로 남았다. 책은 지석영의 삶을 이렇게 요약한다.
「1897년 '마마' 혹은 '손님'(일본식 표현: 천연두'天然痘)이 창궐할 때 한의학을 공부하던 지석영(池錫永'1855~1935)은 조카딸을 비롯해 어린이들이 수난을 겪자 한의학의 무력함을 통감했다. 지석영은 종두법을 제대로 익히려고 20일 동안 걸어 부산에 가 전문가 도움으로 종두법을 배웠다. 대신 2개월간 당시 일본인 거류민들을 위한 일본인들의 한국어사전 편찬 작업을 도왔다.
충청도 청주 처갓집의 어린 처남과 마을 어린이에 대한 첫 우두 접종 성공에 이어 지속적인 접종을 위해 두묘(痘苗'천연두 예방에 쓰이는 소 몸에서 뽑아낸 면역물질) 만드는 법을 배우러 나섰다. 1880년 일본 수신사의 수행원으로 일본에 가서 우두묘 제조 기술을 익혀 돌아와 서울에 종두장을 만들어 본격 우두 접종사업을 벌였다. 1885년 '우두신설'이란 최초 서양의학서를 펴냈고 1894년 갑오개혁에 동참, 개화파 정부로 하여금 '종두규칙'을 제정케 하고 전국 어린이들의 의무 우두 접종 실시로 그들의 생명을 구하고 그들을 '마마 자국'으로부터 지켜냈다.
주시경과 한글 가로쓰기에도 앞장섰지만 일본어에 능통, 일본의 동학농민 토벌군 통역과 길 안내를 맡는 등 친일 행적의 오점을 남겼다.」
한국인 최초 비행사 안창남에 대해서는 「1인승 단발쌍엽 금강호를 타고 서울 여의도 상공을 돌며 곡예비행을 하는 최초의 역사적 비행으로 5만여 인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일제 지배 아래 암울했던 우리 민족에게 그는 자부심이자 희망이었다. 안창남은 조국 독립운동을 위해 1924년 망명, 중국 베이징의 '조선청년동맹'에 가입했고, 1929년 비행학교 설립도 추진했다. 국내 파견 요원에 독립운동 자금을 주는 등 조국독립을 염원하다 비행훈련 교육 중 추락, 생을 마쳤다.」고 기술한다.
지은이 정인열은 "이 책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오로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하늘의 별'이 된 애국선열들께 조금이라도 감사를 전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기억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27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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