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인각사에 갔다.
공부 모임에서 문경현 노교수를 모시고 삼국유사를 강독하고 지내는 시간 틈을 내어 스님을 뵙고 싶었다. 올림픽 열기와 사드 배치에 가마솥더위는 식을 줄 몰랐다. 그곳은 왕복 2차로 지방도와 같이 붙어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일반이다.
조신의 꿈 이야기는 길가에 서서 우리를 맞았다."즐겁던 한 시절 자취 없이 가고, 시름에, 묻힌 몸덧 없이 늙었더니 한 끼 밥 짓는 동안 더 기다려 무엇하랴. 인간의 이야기 꿈결인 줄 내 이제 알았다네."
절은 울도 담도 일주문도 없었다. 더운 숨결을 고르고 준비해 간 차 도구를 꺼냈다. 보각국사 정조(靜照))탑에 찻물을 끓여서 헌다 하고 절을 올렸다. 원래 이 탑은 동쪽 사과나무 밭에 있었다. 효심이 지극한 일연 스님께서는 절을 옮기실 때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다. 어머니는 96세까지 사셨다. 지금은 군위군에서 기념비를 세웠지만 스님은 어머니 묘가 보이는 언덕에 탑을 세웠다. "도덕은 행동을 바르게 하지만 변화를 느리게 하고 신이(神異)는 생각을 열지만 비약을 빠르게 한다."
남은 이야기 삼국유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선연한 태양 아래 가까이 화산의 학소대가 보였다. 처음에 부모는 견명(見明)이라 이름을 주었다. 승려가 되었을 때는 회연(晦然)이라 불렸다. 본명의 밝음(明)과 승명의 어둠(晦)을 대조시킨 것이다. 어둠과 밝음은 종국에 하나라는 이름으로 일연(一然)이 되었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질문을 할 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날마다 일상에서 마주 보며 대면하는 낯선 나를 만나면 질문을 날린다. 금년 비로소 더위다운 여름이 올림픽 열기에 뜨거웠으니 어느 시인의 말처럼 네가 한 번이라도 뜨거워 본 적 있었더냐 하였듯이 과녁을 맞히는 양궁에서 전 종목을 석권하였다. 더구나 퍼펙트 엔딩은 학연과 지연에 연연하지 않은 의지의 쾌거였다. 누군들 새처럼 날고 꽃처럼 아름답지 않으리오. 파란 눈의 현각 스님이 어정쩡하게 우리를 무색하게 하였으니 공정한 금메달이 아닌 이유이다. 화살을 쏘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인정상정 두지 말고 사정없이 화살을 날려야 한다.
나를 향해서 날려야 한다. 그것은 게으른 나를 격발시키고 작동하게 하는 위대한 질문이어야 할 것이다.
오리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은 수면 아래에서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연 스님은 1206년 장산군에서 출생했다. 지금의 경산시가 고향이다. 포산에 관기와 도성 스님이 있었다. 관기는 남쪽 봉우리에, 도성은 북쪽 바위굴에 살았다. 그 거리는 10리쯤 되었다.
구름을 친구 삼아 달을 노래하며 살았다. 도성 스님이 관기 스님을 생각하며 보고 싶어 노래하면 산중의 풀과 나무가 모두 남쪽을 향하여 굽히니 관기 스님이 이를 보고 찾아갔다. 관기 스님이 또 도성 스님을 생각하면 초목들이 북쪽으로 구부렸다. 그 후 두 사람은 간 곳을 알지 못했다. 다만 지금도 그 터가 남아 있고 도성바위는 도성암이 되었다.
일연 스님은 시를 남겼다.
"서로 찾아가 달빛 밟고 구름 계곡, 흥겨워 놀던 두 사람 풍류가 몇 백 년인가, 안개 자욱 골짜기에 고목만 남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 숙였다가 들었다가 지금도 서로 맞이하는 듯하네."
포산은 지금의 현풍에 있는 비슬산이다. 대견사가 복원돼 사람이 산을 이루고 참배의 행렬이 각북의 용천사와 호거산 운문사까지 스님의 꿈과 희망이 살아 있는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가을 인흥사(남평 문씨 세거지)에 가면 스님이 마시던 그 샘물을 마실 수 있다.
수고로운 일생 모든 것이 헛됨을 알지만 역사는 언제나 지금이어야 한다. 삼국유사 목판 공방이 시대를 열었다. 문화 융성시대에 부응하게 되었으니 이른바 경상북도에서 문성재(文盛齋)라고 현판을 걸었다. 기록하지 않은 것은 먼지와 같다. 사람이 길을 넓히는 것이다. 길이 사람을 넓힐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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