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적어서 문제지만 한때는 많아서 문제인 것이 있었다. 한 해 태어나는 아기 수다.
6'25전쟁 후엔 집집마다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 걱정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해 100달러도 안 되는데 아이들은 넘쳐나니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 들어 산아제한이 시작됐다. 처음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다분히 위협적인 캐치프레이즈가 등장했다. 1960년대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6.0명에 이르던 시절이었다. 출산율이 6이라면 한 여성이 평균 6명씩 아기를 낳았다는 뜻이다. 출산율이 위협적이던 만큼 위협적 구호가 등장할 만했다. 구호는 1970년대 들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이어졌다.
산아제한 캠페인의 영향은 1970년대 들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늘기만 하던 신생아 수는 1971년 102만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1980년 합계 출산율은 2.82명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1980년대 들어 산아제한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 '둘도 많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 자녀 갖기 캠페인에 나섰다. 100만 명이 넘던 신생아는 1990년 65만 명으로 떨어졌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는 가속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던 시기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1.24명으로 OECD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내년이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2031년부터는 인구 감소가 현실화한다. 제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후유증이다.
과거 고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했다면 오늘날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출산 대책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난임 부부에게 시술비 지원, 남성 육아휴직 수당 인상 등 당장의 출산 대책에 머물러 있어서다.
산아제한이나 저출산 문제의 저변엔 가족 경제란 문제가 있다. 과거 아이를 줄여 가족이 잘살아보려 했다면, 이젠 다출산을 통해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다. 아이를 길러 가족의 삶이 더 힘들어지고, 곤궁해진다면 아이를 낳으려 할 부모는 그만큼 줄어든다. 출산이 아니라 육아가 문제인 것이다. 정부 대책은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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