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 나이가 마흔에 이르러 세상사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됐음을 뜻하는 말이다. 신체 능력을 고려할 때 마흔 살이라는 나이는 야구 선수에게 버거운 짐이기도 하다. 한일 통산 600호 홈런 기록에 도전 중인 '국민타자' 이승엽에겐 '40'이라는 숫자보다 '불혹'이 주는 의미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경북고를 졸업한 이승엽은 1995년 푸른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첫발을 디딘 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 잡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의 중심 타자로 활약했고, 8년간 일본프로야구 무대에서 뛰는 동안에도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12년 고향팀 삼성으로 복귀 후에도 활약은 여전했다. 지난 24일 이승엽은 대기록을 작성했다. SK 와이번스전에서 김광현으로부터 1타점 적시타를 날려 양준혁(은퇴·1천389개)이 갖고 있던 KBO리그 역대 개인 최다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 이승엽이 27, 2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새로운 기록 작성에 도전한다. 한일 통산 600홈런 기록이 그것이다. 이승엽은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 때 시즌 23호 홈런 겸 한일 통산 598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대기록 달성까지 단 2개의 홈런만 남았다.
물론 한일 통산 600호 홈런이 공식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배리 본즈와 행크 애런 등 8명만 600홈런 기록을 넘어섰다. 80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NPB)에선 오 사다하루(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노무라 가쓰야(전 라쿠텐 골든이글스 감독)만 이 기록을 갖고 있다.
삼성은 이승엽이 홈에서 600번째 홈런을 칠 경우 대형 전광판에 기념 영상을 상영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 그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승엽은 이달 들어 6개의 홈런포를 터뜨리는 등 타격감이 상승세다.
마침 27, 28일 홈에서 만나는 상대도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이승엽이 대기록 도전에 나설 때 자주 만났던 팀. 이승엽이 2003년 아시아 단일시즌 최다 홈런인 56호 홈런을 날렸을 때가 대구 롯데전이었다.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통산 400호 홈런을 칠 때도 상대는 롯데였고, 장소는 포항야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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