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26일 오후 5시 천주교대구대교구청 성모당. 천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를 비롯해 신부, 가족, 친구 등 20여 명이 검게 탄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한 아저씨를 맞았다. 주인공은 천주교대구대교구가 벌이고 있는 '생명사랑운동' 확산과 후원을 위해 서울 명동성당에서 부산 남천 주교좌성당까지 도보 순례를 하고 있는 정연환(70) 씨다.
조 대주교는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정 씨를 껴안으며 "연세도 있는데 고생이 많다. 몸은 괜찮으시냐?"고 먼저 건강부터 물었다. 조 대주교는 교구청에서 정 씨와 차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조 대주교는 "생명사랑운동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으로 정연환 씨가 앞장서서 해주니 고맙고 많은 홍보가 될 것 같다"며 "아무쪼록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정 씨는 지난 1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도보 순례를 시작했다. "염수정 추기경께서 '건강하게 잘 마치라'고 기도와 축복을 빌어주셨다"고 했다. 정 씨는 과천~안양~수원~평택~천안~대전~추풍령~김천~왜관을 거쳐 대구까지 12일 동안 걸었다. "처음에는 하루 10시간씩 36㎞를 걸었는데, 몸에 무리가 와 7, 8시간씩 40, 50분 걷고 20분 쉬면서 1일 27㎞ 정도로 걸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예정보다 3일 일찍 대구에 도착했다. "국도를 따라왔는데 도로가 직선화돼 일정을 당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걷는 동안 외롭지는 않았다고 했다. "중간 중간 뜻에 공감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했고,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고 했다. 정 씨는 발가락 10개에 모두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오른쪽 두 번째 발가락의 발톱은 빠졌다. "그래도 걷는 데는 괜찮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
정 씨는 뜻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고 도움도 받았다고 했다. "경기도 평택을 지나고 있는데 '고생한다'며 시원한 물을 건네면서 식당으로 안내해 콩국수를 사주는 분이 있었다. 왜관에서는 발가락이 너무 아파 병원에 들렀는데, X레이 사진을 찍고 약 처방을 해주면서 치료비를 받지 않은 원장님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더 힘이 났고 열심히 걸었다고 했다.
정 씨의 도보 순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생명사랑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인천 아라뱃길을 출발해 부산까지 3박 4일 동안 634㎞를 자전거로 순례했다. 그때도 후원금으로 모은 400여만원을 생명사랑운동본부에 기탁했다. "성취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뿌듯했다. 이런 일은 널리 알리고 공유해야겠다 싶어 이번 도보 순례에 나섰다"고 했다.
정 씨는 27일 부산을 향해 길을 나섰다. 이날은 아내와 아들, 며느리, 손주까지 함께 걸었다. 28일부터는 아내 이정희(65) 씨와 단둘이 팔조령을 넘어 청도~밀양~삼랑진~ 물금~양산를 거쳐 부산 주교좌 성당까지 걸어갈 계획이다. 아내 이 씨는 "본인은 힘들지 않다고 하지만 왜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그래서 제가 부산까지 함께 걷기로 했다"고 활짝 웃었다.
정 씨는 "평소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실천한 것뿐인데, 제가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 쑥스럽다"면서 "이번 도보 순례를 계기로 생명사랑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많이 동참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참을 원하는 분은 1㎞당 1계좌 100원(1계좌 총 5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후원계좌 대구은행 505-10-173808-4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생명사랑펀드)
※생명사랑운동=천주교대구대교구에서 펼치는 생명사랑운동. 셋째 자녀를 출산하면 출산지원금과 함께 고교와 대학 입학 시 학자금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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