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인식의 힘

절망한 자는 대담해지는 법이다-니체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최승호, '인식의 힘' 전문

올림픽 육상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우리나라 선수는 예선전부터 죽어라고 뛰는데도 예선은 그냥 설렁설렁 뛰는 우사인 볼트 근처에도 못 가는 것일까? 이것에 대해서 젊은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충고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알고 있는 어른들은 '노력'만 했지 '노오오오력'(어른들이 더 큰 노력을 끝없이 요구하는 것을 비꼬는 신조어)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군대에서 상급자들이 하급자들에게 늘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와 같은 말을 하며, 결국 일이 제대로 안 되었을 때는 하급자가 제대로 하지 않은 탓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로 돌리기 위한 전제가 된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 육상 선수들이 노력을 안 해서 지금과 같은 기록이 나온 것인가? 죽어라 노력하면 우사인 볼트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두 질문 모두 확실히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면 된다'고 무모하게 계속 도전을 하거나 '안 되면 되게 하기' 위해 편법과 반칙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앞에 있는 최승호 시인의 시 '인식의 힘'은 3줄이 전부인 매우 짧은 시이다. 우리는 절망한 사람은 불쌍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뒤에 나오는 도마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포기와 절망은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 도마뱀에게 짧은 다리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먹이를 사냥하는 데도, 포식자를 피하는 데도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이런 약점이 어떤 도마뱀에게는 열등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짧은 다리로는 살 수 없다는 절망이 새로운 방법에 대한 모색으로 이어지면, 땅에서 뛰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면 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공무원 시험에만 몰두해 온 사람이 공무원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고 절망했을 때, 그에게는 이제 공무원 시험이 아닌 세상의 수많은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에 대담하게 도전해 볼 수도 있다. 단,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보려고 하는 '인식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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