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서 대구로 세 장의 부고장이 날아들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59),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69), 정장식 전 포항시장(65) 세 사람의 부고였다. 세 사람 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TK라서 갑자기 뚝 떨어진 수은주 눈금만큼이나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스산하게 만들었다. 또 세 사람 모두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는 점에서 그들의 빈자리가 더욱더 커 보였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인 이인원, 정장식 두 사람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경우라 아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가장 먼저 날아든 건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부고였다. 경북 의성 출생으로 경북고(57회),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전 수석은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대구지검장과 대검 강력부장을 지낸 김 전 수석의 부고는 고인이 지병인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21일이 아닌 24일에야 외부로 알려졌다. 외부에 알리지마라는 고인의 뜻에 따른 결과였다. 민정수석을 그만둔 뒤 전관예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변호사 활동을 거의 안 할 정도로 남다른 지조를 보인 그였다. 주변에서는 공직 이후의 처신과 때늦은 부고 등이 선비답다는 평가를 받았던 평소 그의 스타일대로라고 입을 모았다.
김 전 수석의 부고가 날아든 지 이틀이 지난 26일 롯데그룹 비자금 관련,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던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경기도 양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신동빈 회장에 이어 롯데그룹의 '넘버 2'로 꼽히는 인물이자 오늘의 롯데그룹을 있게 한 주역으로 꼽히던 이 부회장이었다. 1947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사대부고(15회)와 한국외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뒤 40년 넘게 롯데와 함께해 왔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측근에서 신동빈 현 회장의 오른팔 역할까지 충실히 수행했다. 주변에서는 일본어에 능통하고 일본 문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이 부회장이 주군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무라이 정신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애도했다.
하루 뒤인 27일에는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용인 불곡산 등산로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는 부고가 또 날아들었다. 정 전 시장은 이인원 부회장의 사대부고 2년 후배다. 정 전 시장은 26일 숨졌고 가족과 지인들에 의해 집 뒤편 등산로에서 20여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4년 전 선거(2012년 19대 총선에서 포항 남'울릉에 무소속으로 출마)에 떨어지고 난 뒤부터 심리적으로 힘들어하고 우울증 증세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는 유족들과 지인의 지적에 29일 오전 부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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