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할린 아리랑' 노래 선물에 고향의 情 듬뿍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 주최 사할린 한인회와 함께 '대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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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번째를 맞은 \'대구의 밤\' 행사를 위해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 회원 등 20명은 사할린 현장을 방문, 현지 한인과 만남을 가졌다.

"동토의 땅 사할린 잊혀간 아픈 역사. 자손만대 깨우치며 민족정신 알려주세. 아아. 사할린, 제2의 고향. 아리랑을 부르며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지난 22일 오후 러시아 사할린 섬의 주도(主都) 유즈노사할린스크 한인문화센터 대강당에는 대구에서 온 이해숙(59'여) 전통민요연구원 원장과 그의 제자 5명이 부르는 '사할린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빨강과 노랑, 초록 등 원색 한복을 차려입은 이들은 청중들에게 후렴을 함께 부르도록 유도하며 노래를 이어갔다. 6절까지 4분에 걸친 노래가 끝나자 대강당을 가득 채운 사할린 동포 200여 명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 곡은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이하 대구청년협의회)와 사할린주 한인회가 공동 주최한 '광복 71주년 기념 대구의 밤'을 위해 특별히 만든 곡이다. 사할린 아리랑을 창작한 이해숙 원장은 "대구청년협의회의 요청을 받고 급하게 제작에 들어가 7월 말 완성했다"면서 "망향의 아픔을 간직한 동포들에게 힘이 되고자 슬픈 분위기의 기존 아리랑과 달리 밝은 곡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할린에는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됐다가 광복 후 그곳을 떠나지 못한 한인과 그 후손 2만5천여 명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약 70% 정도는 경상도 출신이거나, 그들의 후손이다. 대구청년협의회 회원들은 '경상도 출신'이라는 동질감을 품고 지난 2008년부터 9년째 사할린을 방문해 '대구의 밤'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창작곡 '사할린 아리랑'을 선보여 의미를 더했다.

노래를 들은 사할린 동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순덕(66'여) 사할린경제법률정보대학 부총장은 "대구에서 온 손님들이 매년 행사를 열어주는 것도 고마운데 '사할린 아리랑'까지 만들고, 무대 위에서 불러줘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영자(72'여) 씨는 "사할린 동포를 위해 만든 아리랑이니 더 애정이 간다. 토요일마다 문화센터에서 한국 노래 연습을 하는데 가사를 확인해 연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아리랑'을 통해 같은 정서를 공유했지만, 행사장에서 만난 한인 2~4세들은 간단한 인사 외에는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부에서 파견된 장원창 사할린한국교육원 원장은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한 해 200명 정도밖에 듣지 못한다. 현지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는 하지만 과거 조선학교가 있을 때와 비교하면 열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한인들은 각 가정에서 한국말을 쓰려고 애쓰는 등 한국말 사랑이 뜨겁다. 임용군(63) 사할린한인협회장은 "어렸을 때 조선학교에서 한국말을 공부했지만 오랫동안 안 쓰니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되더라. 아들, 손자들도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야 하므로 집에서 '밥, 국,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등 간단한 한국말을 쓰고,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는 한인 4세들도 많다. 유즈노사할린스크에 있는 에뜨노스예술학교에는 한인 4세 학생 120여 명이 한국무용과 사물놀이 등을 배우고 있다. 이곳에서 사물놀이를 배운 한인 4세 학생 13명은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타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현지에서 만난 일부 한인들은 한국 정부에 아쉬운 마음도 드러냈다. 서진길(73) 사할린 이중징용광부 피해자 유가족회 회장은 "아버지는 1942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후 이듬해 다시 일본 규슈에 있는 탄광으로 징용됐다. 그해 말 탄광이 무너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본 정부는 관련 기록 공개나 유해 발굴에 협조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가교 구실을 해야 하는데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균 대구청년협의회 회장은 "사할린 동포들이 세대를 이어가면서 점점 말이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의 뿌리를 가진 민족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내년에는 행사 10주년을 맞는 만큼 올해보다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지금부터 준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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