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쟁점인 무상보육 예산과 개성공단 입주업체 지원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30일 처리키로 한 합의가 결국 파기됐다.
애초 이달 22일 처리하기로 한 여야 원내지도부의 1차 합의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싼 대치로 무산된 데 이어 지난 25일 합의한 이날 처리도 불발로 끝난 것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주광덕·더불어민주당 김태년·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이날 오후 회동을 하고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추경안의 이날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다. 여야는 31일 재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추경안의 막판 심의 과정에서 더민주가 3∼5세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에 들어간 지방채무 상환비용 등 3천억원과 개성공단 폐쇄 피해기업 지원 예산 700억원 증액분 등을 포함하라는 요구를 새롭게 제시하고, 이를 새누리당이 거부하면서 가까스로 합의한 추경안 처리 시한이 기약 없이 밀리게 됐다.
여야가 오랫동안 양보 없이 대립해온 정치적 이슈인 무상복지와 대북교류 문제가 막판 추경안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여야는 이날 오전 9시 추경안 처리를 위해 잡아놓은 본회의가 소집되지 못하자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국정조사 청문회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 일정도 모두 공전하는 등 국회 운영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8월 임시국회 회기가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31일 추경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달 1일 개회하는 정기국회로 넘어간다.
새누리당은 이번 추경의 목적이 구조조정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국한된 만큼 더민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날 중 추경안 처리 합의가 무산되면 백남기 농민 사건 규명 청문회와 조선업 구조조정 청문회 개최 합의 역시 백지화하겠다며 더민주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오늘 중 추경안 처리를 하지 않으면 백남기 사건 청문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약속도 동시에 파기된다"면서 "이번 사안은 위헌적 폭거이고, 새누리당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의 헌법 57조를 인용하면서 "야당의 요구는 명백한 위헌 소지가 있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는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이 민생 경제에 도움이 안 될 만큼 부실하다고 주장하며 야당이 요구하는 항목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섰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구조조정 때문에 시작한 추경이지만 내용을 보면 보잘 것 없는 부실 예산"이라며 "부실 대기업에 수조 원을 지원하며 고작 민생에 몇천억원 넣는 것도 못하겠다는 태도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는가"라고 말했다.
김태년 의원은 여야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3천억원) 이하에선 할 생각이 없다"며 애초 요구한 6천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양보한 만큼, 더는 양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국민의당은 조속한 추경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추경이 노동자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주고, 재하청 업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집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추경안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오늘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안 처리가 결국 무산되자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며 추후 협상의 험로를 예고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추경은 야당이 요구해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민생 예산이 본질인데, 야당이 계속 조건을 갖다 대면서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를 들어주면 그 다음을 요구하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 당은 양보할 만큼 양보했고 원만한 추경안 합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협상에 임했다"면서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거대여당 시절의 막무가내식 국회운영을 하고 있다. 추경안 협상 결렬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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