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절 앞둔 백화점·마트 '김영란세트' 쫙 깔렸네

김영란법 비상 걸린 유통·골프

추석을 앞두고 대구축산농협이 김영란법에 맞춰 한우 600g과 돼지 삼겹살 800g을 혼합한 4만9천500원짜리 선물세트를 내놨다. 30일 오후 농협축산물프라자에서 판매직원이 김영란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추석을 앞두고 대구축산농협이 김영란법에 맞춰 한우 600g과 돼지 삼겹살 800g을 혼합한 4만9천500원짜리 선물세트를 내놨다. 30일 오후 농협축산물프라자에서 판매직원이 김영란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접대 문화'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우선 올 추석 선물이 소액화되면서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고 골프장은 부킹 전쟁이 시작되는 가을 시즌에 접어들었지만 주말 예약 빈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공무원과 공기업 종사자들은 "김영란법 시행은 한달 남았지만 벌써 공직 사회는 몸조심 하자는 분위기로 얼어 붙었다"며 "대다수 공직자들이 당분간은 회식이나 술자리는 물론 골프 약속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품목은 한우다. 설'추석 선물로 가장 인기가 있었지만 김영란법 제한선인 5만원 미만 상품을 만들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대구축산농협 관계자는 "선물 세트를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데 추석 주문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줄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내년 설에는 아예 한우 선물 세트는 찾아보기가 힘들어 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축산농협은 대안상품으로 용량이 대폭 줄었거나 삼겹살이 들어간 4만9천500원짜리 한우세트를 추석 선물 상품으로 출시했다.

백화점들은 아예 '김영란 세트'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대구 한 백화점은 선물세트 준비 과정에서 김영란법에 맞춘 상품군을 꾸렸다. 3만~4만원대의 참기름과 견과류 세트를 비롯해 돼지고기 선물세트 등과 함께 기존 선물세트에서 용량이나 개수를 조정해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대형마트도 고가 선물 대신 가격이 저렴한 치약, 샴푸 등 공산품 선물세트를 예년보다 많이 준비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영향에 더운 날씨, 이른 추석 등 3중고가 더해져 추석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 했다.

접대 손님이 많은 골프장은 김영란법이 몰고 올 태풍에 벌써 두려움에 떨고 있다. 대구경북 골프장들은 이미 예약이 크게 줄었다. 9월 첫 주말인 3일과 4일의 경우 예전같으면 예약이 10일전 끝났지만 대구에 인접해 인기가 많은 A와 B 골프장의 경우 주말 빈자리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들어 예약이 많이 줄고 있다. 특히 경북에는 최근 골프장이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할인행사 등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법 시행 후에는 지금보다 손님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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