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요즘 자녀들의 처지를 보고 있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둘째 딸 박근령 씨는 금전 문제로 사기사건에 휘말렸고, 부녀(父女) 대통령의 역사를 쓴 첫째 딸 박근혜 대통령은 뭐하나 풀리는 게 없어서다.

박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였던 경제개혁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법안은 휴지조각이 됐고, 해운'조선사업 위기로 대량실업이 눈앞에 와 있으며, 여당의 총선 참패에 따른 여소야대(與小野大) 정치지형에다 박근혜정부가 임기말로 치달으면서 권력 누수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를 두고 야권은 물론 언론과 청와대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격한 대치를 마다않고 있다. 우 수석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정권의 힘을 빼려는 부패'기득권 집단의 공격"이라며 우 수석의 거취를 박근혜정부의 레임덕(권력 누수)과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은 우병우가 마치 이 정권의 보루라고 여기는 듯하다.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술과 용병술 가운데 좋은 점은 살리고, 민심과 배치되는 정치행위는 답습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며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국민들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따스함과 넉넉함도 박 대통령에게 기대했다.

아버지 박정희는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도, 국가가 필요하면 불러 썼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잘못이 드러나면 과감히 책임을 물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이 여순반란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기사를 호외로 발행해 전국에 뿌렸던 언론사 사장 최두선을 국무총리로 기용하기도 했고, 5'16 군사 쿠데타를 반대하며 쿠데타 병력의 진압에 나섰던 이한림 장군을 건설부 장관에 기용하는 통 큰 인사를 했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 능력 검증이 끝나면, 지역을 초월해 인재를 등용했다. 전남 영광 출신의 박경원을 불러 당시 막강 부처였던 내무부 장관에 전격 기용한 것이나, 광주 출신의 육사 교장 정래혁 장군을 국방부 장관에 기용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부총리제를 도입하면서 부총리에게 국가 경제정책에 관련된 권한을 확실히 주고, 장기로 임기까지 보장해 주었다. 장기영 부총리는 3년 5개월 재임하며 외자 도입을 주도했고, 남덕우 부총리는 4년 3개월을 재임하며 수출 확대와 중화학공업 육성에 매진했다.

그러면서 책임 또한 엄격하게 물었다.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다. 장기영 부총리는 삼성그룹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져, 그 책임을 물어 경질됐고 장관에게 책임을 물으면 장관이 전권을 갖고 임명한 차관들도 동시에 경질했다. 차관의 잘못이 인정되면 그 상관까지 경질의 대상이었던 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아버지의 이런 면을 기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선 아버지와 같은 통 큰 용인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쓴소리하는 사람을 쓰는 경우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찍어내기'를 했다. 대표적으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이 박 대통령에게 '찍힌' 인사들이다.

박 대통령은 왜 우병우에 집착하나? 우병우 한 사람으로 인해 국정 혼란과 민심 이반이 생기고 있는데도 말이다. 검'경, 국정원 등 모든 사정라인에 자기사람을 심고, 정권의 내밀한 것까지 파악하고 있는 우병우의 힘이 무서운가? 아닐 것이다. 우병우가 무너지면 박근혜정부가 정말 식물정부로 전락할 것으로 보는가? 이 또한 아닐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물론 당시와 현재의 정치 상황이 다르지만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조차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병우와 민심'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용인술과 결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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