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의장 '쓴소리' 개회사에 새누리 항의·퇴장

정세균 "禹 수석 사퇴·공수처 신설해야…사드, 불가피성 떠나 불통으로 국론 분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으며 정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으며 정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국회 개원 첫날인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을 놓고 국회가 파행을 연출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으며 향후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 20대 국회는 첫 정기회는 출발부터 험로를 예고했다.

집권여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두고 지난달 31일 상임위를 보이콧한데 이어 정기국회 본회의를 보이콧한 것은 헌정 사상 보기 드문 경우다.

정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쓴소리 좀 하겠다"며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 신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민의 공복인 고위공직자,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티끌만 한 허물도 태산처럼 관리해야 하는 자리"라며 "민정수석은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했다.

정 의장은 이어 "최근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특권, 공직사회에 아직 남아있는 부정과 부패를 보며 더 이상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신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우 수석의 사퇴 의견을 피력하며 야당이 주장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언급한 것.

정 의장은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여당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고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이 생략돼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장이 여야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정치적 현안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새누리당 좌석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고, 친박 의원들은 즉각 일어나 퇴장했다. 개회식 직후 예정됐던 기념사진 촬영을 거부한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반발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국회의장을 믿고 국회 의사일정을 맡길 수 없다"며 "의장의 납득할 만한 사과조치가 후속되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이 시간부터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임하지 않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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