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사건이 또 터졌다. 그것도 3살 여아를 사망 선고와도 같은 뇌사 상태에 빠트린 충격적인 사건이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입양한 자녀를 폭행해 뇌사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A(52)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소원이(가명'3)를 서울의 모 입양기관으로부터 입양해 키우던 중 지난 7월 15일 오전 막대기로 발바닥을 때리고 어깨와 머리를 밀쳐 뇌사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기존 아동 학대 사건과 달리 설왕설래가 많다. 피의자 부부가 이미 4명을 입양해 잘 키워오고 있었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남의 아이를 입양해 애지중지 키우는 대다수 입양 가정에 자칫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소원이가 식탐이 많고 벽에 머리를 박으면서 자해를 하는가 하면 때로는 괴성을 지르는 등 이상행동을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이제 겨우 3살밖에 되지 않은 소원이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원이는 2013년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입양기관에 맡겨졌고 한동안 위탁가정에 보내졌다가 다시 입양기관에 되돌려진 경험도 있다. 입양기관들은 소원이처럼 연장아(돌이 지난 아이)의 경우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소원이 또한 친모와 위탁가정 등 두 차례나 버림을 받았다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상처다. 아이의 다소 이상한 행동은 아픈 과거에서 비롯된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A씨 부부는 소원이를 키우던 8개월여간 심리 치료나 전문가 치료를 시도한 적이 없다.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소원이를 키우기가 어렵고 버거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더욱이 지속적인 학대를 했고 결국 소원이를 뇌사에 빠트린 A씨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소원이를 A씨 부부에게 맡긴 입양기관도 신중치 못했다. 당초 소원이의 입양은 A씨 부부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이 기관의 부탁을 A씨 부부가 차마 거절하지 못해 이뤄졌다. 이 기관에서는 소원이를 입양하려는 가정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A씨 부부가 이미 자신의 기관에서 입양한 아이들을 잘 키우는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A씨 부부가 소원이 입양을 놓고 적잖은 갈등을 겪은 상황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고 입양 후 소원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두거나 추적 관리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법적 허점도 불거졌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입양특례법 때문이다. 이 법은 입양 조건을 까다롭게 해 입양 아동이 제대로 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2012년 개정, 시행됐다. 취지는 좋아도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법에는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체험 위탁'에 대한 조항이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입양 신청에서 정식 입양이 날 때까지 2~6개월 정도 걸린다. 이 기간에 위탁해 맡아줄 곳이 별로 없다 보니 입양기관들은 입양을 신청한 가정에 체험 위탁 형태로 입양 아동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소원이도 입양 전인 위탁 단계에서 결국 뇌사에 빠졌다. 또한 입양을 원한 가정에서 위탁 단계에서 쉽게 아동을 입양기관에 다시 돌려보낼 수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는 자칫 해당 아동의 의향은 완전히 배제된 채 진행돼 해당 아동에게 이후 커다란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모 방송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댓글이 쏟아지고 있고 의견도 분분하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보다 염두에 둘 것은 소원이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소원이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어른들의 목소리만 있었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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