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놈·놈·놈 주역들이 각자 다른 작품에서 다른 '놈'이 돼 또 붙

송강호와 이병헌, 정우성 등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주역들이 9월 스크린에서 또 한 번 맞붙는다. '놈놈놈'은 2008년 개봉돼 660만 명을 동원한 히트작이다. 충무로 스타감독 김지운이 메가폰을 잡고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각각 타이틀롤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판 웨스턴을 표방한 이 영화에서 세 배우는 황무지에서 추격전을 벌이고 삼각 구도를 형성하며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로부터 8년. 여전히 한국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 명의 톱스타가 9월 영화계에서 각자의 작품을 들고 맞대결하게 돼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상한 놈'이었던 송강호

-'밀정'서 친일과 항일 사이에 갈등하는 조선인 일본경찰 역할

9월 극장가에서 가장 먼저 관객몰이를 시작하는 배우는 '놈놈놈'에서 이상한 놈을 연기했던 송강호다. 영화 '밀정'으로 7일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난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느와르 영화다. 독립운동 단체 의열단과 그의 뒤를 캐기 위해 나선 일본경찰의 첩보전을 그린다. 송강호는 조선인으로 일본경찰이 된 이정출을 연기했다. 독립운동 단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가 친일과 항일의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을 연기한 공유와 '투톱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다.

9월 스크린에서 '놈놈놈' 주연배우들이 재대결을 펼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된 가운데, 마침 가장 빨리 개봉되는 '밀정'의 메가폰을 든 이가 김지운 감독이라 흥미를 자아낸다. 앞서 '놈놈놈'을 연출했을 뿐 아니라 '달콤한 인생'으로 완성도 높은 한국판 느와르를 선보였던 스타일리시한 감독이다. '놈놈놈'에서 함께 했던 송강호와 8년 만에 재회해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과 인연이 깊은 배우라는 사실 역시 영화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김지운 감독이 자신의 충무로 연출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에 송강호를 주연으로 캐스팅했으며, 이어 '반칙왕'(2000)에도 단독주연으로 송강호를 기용했다. 당시 송강호는 '넘버3' '쉬리' '조용한 가족' 등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연급으로 떠올랐던 상황. 다만, 단독주연으로 타이틀롤을 맡아 관객 앞에 나설 기회가 없었는데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이 송강호의 존재감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평범한 회사원이 프로 레슬링을 시작하고 반칙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위트 있게 보여준 코미디 영화로, 당시 대중에게 어필하던 송강호의 해학미 넘치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흥행 가도에 올랐다. '밀정' 역시 배우의 장점을 아는 감독, 감독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는 배우의 만남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침 '밀정'에는 송강호와 '놈놈놈'에서 함께 했던 이병헌도 카메오로 등장해 존재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쁜 놈'이었던 이병헌

-'매그니피센트7'서 총잡이…할리우드 데뷔 후 처음으로 선역

송강호에 이어 주연작을 스크린에 내걸게 된 이는 '놈놈놈'에서 나쁜 놈을 연기한 이병헌이다. 할리우드 웨스턴 영화 '매그니피센트7'으로 14일 관객과 만난다. 자신이 카메오로 출연해 힘을 실어준 '밀정'의 개봉 1주일 뒤 주연작을 들고 나타나 맞불을 놓게 된 셈이다.

이병헌의 할리우드 출연작이 국내 공개된 게 처음이 아니라 '익숙한 상황'이라 생각하는 관객이 대부분일 터. 하지만, 이번엔 의미가 남다르다. 할리우드 데뷔 후 처음으로 '좋은 놈'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일곱 타이틀롤 중 한 명으로 합류했다. 맡은 캐릭터는 암살자 빌리 락스다. 칼과 총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암살자다. 거칠고 강렬한 이미지의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인데다 '암살자'라는 직업을 가진 무법자다. 순전히 선의로 나서게 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현상범 사냥꾼 샘 치좀 역의 덴젤 워싱턴과 손잡고 평화로운 마을을 점령한 악당 일당에 맞서게 된다.

이병헌이 '지.아이.조' 시리즈를 비롯해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미스컨덕트' 등 할리우드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 맡았던 역할은 흔히 동양배우들에게 주어졌던 악역이 대부분이었다. '지.아이.조2'나 '레드: 더 레전드'에서 적진에 있다가 주인공 무리에 들어와 조력자가 되는 과정을 연기해 주목받았는데, 어쨌든 이때도 주어진 캐릭터는 악역이었다. '매그니피센트7'에서도 무법자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매그니피센트7'이란 타이틀롤을 나눠 가진 7명의 주연배우 중 하나라는 사실이 과거와 달라진 '할리우드 배우 이병헌'의 존재감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애초 '지.아이.조' 1편에 출연한 후 2편에서 비중을 압도적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 역시 할리우드 제작진이 '액션과 이미지 정도만 기대했던 동양 연기자'에게서 '연기력 갖춘 배우'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극 중 캐릭터의 비중과 관계없이 매번 존재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덕분에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시상자로 초대받는 긍정적인 상황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좋은 놈'이었던 정우성

-'아수라에서 돈되는 일은 뭐든 하는 비리 형사 '지독한 악역'

'놈놈놈'의 '좋은 놈'이었던 정우성은 '나쁜 놈'을 연기한 영화 '아수라'로 28일 스크린에 복귀한다. '나쁜 놈'을 연기하다 '좋은 놈'이 된 이병헌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정우성이 '놈놈놈' 개봉 당시 송강호와 이병헌을 제치고 주목도를 높이며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던 인물이라 이번 3파전에서 보여줄 활약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아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의 작품으로 정우성을 톱스타 대열에 올려준 김성수 감독의 영화다. '무사' 이후 무려 15년 만에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사실만으로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역시 정우성의 악역 연기다. 2013년 작 '감시자들'에서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영화의 무게 추 역할을 해낸 데 이어 이번에도 지독하리만큼 악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말기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돈 되는 일은 뭐든 하게 된 비리 형사 한도경 역할로, 처음에는 '아내의 병원비'라는 핑계를 대며 악행을 하지만 악덕 시장의 더러운 뒷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스스로 독한 악당이 된다. 그러다 시장과 그를 잡으려는 검찰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발버둥친다. '감시자들'에서 스타일이 돋보이는 악당을 연기한 데 반해 '아수라'에서는 생계형 악인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에 힘들어하며 처절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작 '마담 뺑덕'에서도 섹시하고 이기심 가득한 인텔리전트의 희로애락을 연기해 호평을 끌어낸 터. 매번 업그레이드되는 표현력에 전매특허인 액션연기가 더해지는 캐릭터라 만만찮은 파급력을 과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감독 역시 '이전과 다른 정우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작업했다고 밝혔으며, 정우성 자신도 그동안 보여준 캐릭터들과 다른 이미지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자체로만 봤을 때도 정우성뿐 아니라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투입돼 힘을 더하고 있어 관객의 표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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