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생은 삼성이 원하는 사주 아냐, 교회 다녀야 입사하지"

취업난 대학가 사이비 신흥종교 포교활동 기승

1일 경북대학교 캠퍼스 내에
1일 경북대학교 캠퍼스 내에 '사이비 종교 포교 활동에 주의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초 김모(26) 씨는 한 토익스터디에 가입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첫 모임을 했을 때 한 남성이 자신을 삼성전자 외주업체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삼성은 자기소개서를 통해 사주팔자를 보고 앞으로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거른다. 내가 관련 업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성이 대뜸 사주를 봐달라고 요구했고 남성은 여성의 가족관계 등을 단번에 알아맞혔다. 이 모습에 신빙성을 얻은 김 씨가 사주를 요청하자 이 남성은 "삼성에서 좋아하는 사주가 아니니 함께 제사를 지내자"고 제안했다. 김 씨는 "모임 후 뭔가 이상해 인터넷에 찾아보니 신흥종교의 신도 모으는 수법이라고 하더라. 알고 보니 모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 통속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생들을 상대로 '취업 스터디'를 빙자한 사이비 종교 활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취업이 급한 학생들의 심리를 악용, 대기업 공채 합격을 내세우며 종교 가입을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대학생 박모(26) 씨도 지난해 비슷한 경험을 했다. 스터디에서 만난 남성으로부터 "삼성전자에 들어가려면 관상이 좋아야 한다"며 함께 교회에 나갈 것을 제안받기도 했다. 박 씨는 "평소에 이런 사이버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스터디 자리인 데다 취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니 솔깃했다"고 털어놨다.

개학을 맞은 대학 캠퍼스는 각종 설문조사를 빌미로 사이비 종교 가입을 권유하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내에서 두 차례나 사이비 종교 가입 권유를 받았다는 대학생 박미래(25'여) 씨는 "심리학과나 미술학과 대학생을 사칭해 졸업작품에 쓴다며 연락처를 요구했다. 연락을 이어가면 종교 이야기를 하면서 교회에 나올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나 총학생회 등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주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의 방법으로 대학생 개개인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박상연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종교 활동이 불법은 아니라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까다롭다. 우선 플래카드를 붙여 '조심하라'고 학생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 단체는 이런 방식이 신흥종교단체의 신종 포교방식이라며 대표적인 접근방법과 대처방법 등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널리 알리고 있다.

황의종 한국기독교 이단상담소협회 영남상담소장(새학장교회 목사)은 "학교를 벗어난 장소에서 스터디를 하거나 종교, 역술, 관상 등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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