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잠룡으로 불려온 안희정 충청남도지사가 1일 "친문(친문재인)도, 비문(비문재인)도 뛰어넘겠다. 김대중'노무현의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겠다"며 내년 대선에 도전장을 던졌다.
"몸을 풀고 있겠다"며 스스로 거론해오던 '불펜투수론'을 접고 링 위에 올라온 것이다.
김부겸 의원이 지난달 30일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의 다른 이름"이라며 대선 출마 의지를 공식화한 데 이어 안 지사도 사실상 출사표를 던지는 등 8'27 전당대회 이후 야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야권의 대권 경쟁이 조기 점화하는 양상이다.
안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나는 뛰어넘을 것이다. 동교동도 친노(친노무현)도 뛰어넘을 것이다. 친문도 비문도 뛰어넘을 것이다. 고향도 지역도 뛰어넘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나아가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여 년의 시간도 뛰어넘어 극복할 것"이라며 "그 시간의 모든 미움과 원한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지사 측 핵심인사는 이날 "대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며 "분열적인 낡은 정치에 대한 도전의식과 함께 통합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담겼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대권 도전은 8'27 전당대회 이후 예고돼왔던 야권 대선 국면의 조기 진입이라는 의미 외에도 현재 야권 내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 뿌리로 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경쟁자'로 바뀌게 됐다는 점에서다. 같은 가문에서 지내온 '노무현의 후예'들끼리 맞붙는 '선의의 경쟁'이다.
이는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자연스럽게 진행돼온 친노 진영의 분화가 또 다른 분기점을 맞으며 가속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친노 진영의 주류가 문 전 대표를 중심축으로 하는 친문 진영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안 지사의 대권 도전을 고리로 세력 지형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최근 대권 도전 결심을 굳히고 지난 주말 전대 이후 당 안팎의 원내외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결심을 굳혔다" "이번 대선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D데이'를 연말로 잡았지만 흐름이 빨라졌다.
안 지사는 대권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더라도 지사직은 일단 유지하는 것으로 내부에서 정리가 됐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둘 다 노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서로 오랜 인연을 이어왔지만, 한 사람은 '노무현의 친구', 다른 한 사람은 '참모 출신'으로 다른 궤적을 걸어왔다.
안 지사가 출사표를 던진 것을 두고 양쪽 모두 '선의의 경쟁'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진보개혁층에서 단단한 지지를 받으며 야권 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와 지역적으로 충청이라는 중원, 이념적으로는 중도를 품고 있는 안 지사와의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거두며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 핵심인사는 "안 지사의 출마를 환영한다"며 "충청권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정책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대권 도전 선언에 대해 김부겸 의원 측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세론으로 가선 안 된다'고 했고 '우리 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말하며 경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는 차원에서도 안 지사의 대권 출마를 바람직하게 본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