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바이블/이승진 지음/플래닛미디어 펴냄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같은 우주 SF 영화의 최첨단 무기는 '레이저'다. 영화에서 전투기와 전투기가 교전할 때, 또 함대와 함대가 싸울 때, 극단적으로는 별 하나를 아예 우주상에서 없애버릴 때 쓰는 무기 모두 레이저다. 현실에서는 아직 레이저 무기가 쓰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국 공군연구소(AFRL)가 "2020년까지 레이저포를 장착한 전투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현재 시험 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정확성과 위력을 제대로 갖춘 레이저 무기 개발 및 실전 배치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미사일'이 인류의 최첨단 무기다. 빠르고, 정확하며, 강력하다는 3가지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미사일의 가치를 잘 말해주는 핵심은 미사일이 현재 다른 어떤 무기보다 위력적인 '원거리 무기'라는 것이다. 인류의 전쟁사는 원거리 무기의 발전사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전투나 사냥을 할 때 멀리서 적을 공격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굳이 적에게 다가가 공격하는 것보다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면서도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얻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원거리 무기는 상당한 훈련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바로 앞의 적을 칼로 찌르는 것보다 멀리 있는 적을 화살로 맞히는 것이 누가 봐도 더 어려운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라면 후자가 더 쉬울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원거리 무기는 활, 총, 대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전장에 등장했다.
그러다 20세기에 등장한 미사일은 원거리 무기의 패러다임을 확 바꿨다. 미사일이 이전에 등장한 원거리 무기들과 다른 점은 자체적인 '추진력'과 표적을 쫓는 '유도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추진력은 더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유도 능력은 명중률을 높이기 위한 재래식 훈련에 전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었다. 미사일(Missile)은 라틴어로 'Mittere'(무언가를 보내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래서 현대 군사 용어에서 '스스로 날아가 표적을 쫓는 무기'라는 뜻을 지니게 됐다.
미사일 개발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이뤄졌다.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 V2 등 다양한 미사일이 이름을 남겼지만 전쟁의 판도는 바꾸지 못했다. 상징적으로, 2차 세계대전에 종지부를 찍은 원자폭탄은 미사일에 탑재된 게 아니라 폭격기에 실려 투하됐다. 그러나 이때 축적된 미사일 기술을 바탕으로 1'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냉전 시대부터 본격적인 미사일 전쟁 시대가 열렸다.
미사일 전쟁은 두 가지 양상을 보였다.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 배치했다. 그런데 이 미사일들을 실제로 서로 퍼부어 공멸하기보다는 '쏠 수도 있다'는 견제의 카드로만 활용했다. 대신 미국과 소련은 각자의 우방국에 자신들이 개발한 미사일을 주고 대리전을 펼쳤다. 1950년대에 대만은 미국이 준 AIM-9B 미사일을 F-86F 전투기에 탑재해 중국의 MiG(미그)-17 및 MiG-15bis 전투기를 상대로 승리했다. 1960년대에 이집트는 소련으로부터 받은 스틱스 대함미사일을 고속정에서 발사해 이스라엘 구축함을 격침시켰다.
미사일이 바꾼 원거리 무기의 패러다임은 또 있다. 미사일은 공격 무기이자 방어 무기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미사일로 미사일을 요격해 방어할 수 있는 기술적 측면이 드러난다. 총알로 총알을 막는 일이나 포탄으로 포탄을 막는 일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신묘한 사격술 및 포술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레이더와 항법장치 등 첨단기술이 뒷받침되는 미사일끼리는 가능하다.
여기서 또 하나의 측면이 나타난다. 적의 미사일이 날아오면 쏘아 폭파시키는 역할을 맡는 요격 미사일을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세계 안보 구도에 큰 변수가 되는, 지정학적 측면이다. 여러 국가를 띠처럼 연결해 곳곳에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는 미국 및 동맹국들의 MD(Missile Defense'미사일방어체계)처럼, 요격 미사일 배치가 겉으로 얘기하는 취지는 방어라지만 실은 상대 국가의 안보에 대한 큰 압박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커지는 것은 군사적 긴장이다.
최근 국내(경북 성주) 배치를 두고 논란이 커져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우리가 미사일을 그저 무기 기술 내지는 체계 또는 취미 지향의 관심 소재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이 우방국들에게 건네 대리전을 펼치도록 만든 미사일들처럼, 사드도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건 아닐는지, 그렇다면 우리가 얻을 것은 이익인지 손해인지, 미사일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따져봐야 한다.
책은 미사일의 기원, 발전사, 모양 및 작동 원리, 기반 기술 등 미사일의 모든 것에 대해 다룬다. 전면 컬러로 인쇄됐고, 풍부한 사진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 저자 이승진 LIG넥스원 유도무기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자신이 속한 회사 사보에 2년간 연재한 원고를 정리해 이 책을 펴냈다.
344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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