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선업 불황·항만물류 휘청‥부산·경남 경제권 살얼음판

생존 걱정에 "추석은 남의 일"

잇단 악재에 남해안 지역의 경제 사정이 말이 아니다.

세계경기 불황의 여파로 지역경제가 잔뜩 위축된 가운데 조선사 구조조정에 이어 한진해운 사태, 고수온 피해에 콜레라까지 겹치면서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항공권이 벌써 동나는 등 들뜬 명절 분위기도 있지만 관련 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명절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며 한숨짓는다.

◆조선'기자재 이어 항만물류까지 휘청 부산 양대 산업 축 위기

조선사 구조조정 여파로 기자재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부산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항만물류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돼 지역경제를 버티는 양대 축이 동시에 위기에 처했다. 부산의 최대 조선소인 한진중공업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는 등 지역 조선소 대부분이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남품 비중이 큰 현대. 삼성, 대우 등 빅3 조선소도 마찬가지여서 기자재업체들은 일감이 줄어 시설을 놀리거나 휴업하는 등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의 75%를 담당하는 부산항에 의지해 생업을 영위하는 시민은 4만5천여 명에 이른다. 부산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진해운 사태는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도선, 예선, 급유, 급수, 선용품, 래싱(컨테이너 고박), 줄잡이, 화물검수, 운송 등 다양한 항만 서비스 분야 업체들이 한진해운에서 받지 못한 돈이 엄청나다. 영세한 업체들은 체불액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의 정상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업체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업체들은 앞으로 닥칠 일이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진해운 사태로 부산항의 물동량이 대거 외국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물동량은 연간 20피트 기준으로 180만 개에 이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추정대로 최대 160만 개의 물량이 이탈하면 부산항에서는 연간 1천100억원이 넘는 부가가치가 사라진다. 이는 고스란히 연관산업의 매출 감소, 나아가 실업으로 이어져 2천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한번 떠난 환적 화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부산항의 국제 위상이 추락하고 그 여파가 오랜 기간 지역경제를 짓누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조선 불황에 어류 폐사, 콜레라까지 '삼중고'에 우는 경남

조선과 기계산업, 수산업이 중심인 경남도 경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빅2 조선소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2곳이 있는 거제와 인근 통영, 고성은 요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두 조선사와 협력사들이 몰린 거제시의 각종 경제지표는 악화 일로에 있다.

아파트 가격이 지난달까지 무려 11개월째 하락세를 보였고, 신차 등록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달 말 현재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2.5% 상승했지만, 거제는 오히려 3.9% 떨어졌다. 거제시는 올해 1월 이후 거래가 급감해 지역에 따라 최고 20%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조선소 인력들이 떠나 원룸 공실률은 7%대를 기록하고 있다.

문을 닫는 사내외 협력사들이 늘어나면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폐업 등으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신고한 근로자는 모두 5천666명으로 지난해 (5천331명)보다 많다. 체불금액은 25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5%나 늘었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근로자 실직이 하반기 들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와중에 고수온으로 양식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거제에서 콜레라 환자까지 발생해 수산과 관광산업마저 타격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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