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태극기와 애국가

평양고등보통학교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전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명예이사장

내년 12월 대선에 대한민국 운명 달려

후보 걸러낼 자격 심사 기준 마련해야

"목숨 걸고 태극기 지키겠다" 맹세하나

"애국가 4절 부를 때 무슨 감동 있는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보다 133년이나 먼저 태어난 영국의 철학자 겸 정치가이던 프란시스 베이컨이 한 말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1561년에 태어나 1626년까지 생존한 베이컨은 변호사로 출셋길에 들어서 검찰총장 그리고 대법관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불명예스러운 수뢰사건으로 일체의 관직을 박탈당하고 오로지 저술 활동으로 새로운 과학의 시대가 올 것을 예견하였다. 그런 면에서 그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꽃을 피운 계몽주의 사상의 선구자였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 사고는 베이컨에서 비롯되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실험하고 관찰하라"-이것이 과학 하는 정신이고, 미신은 무엇이든지 배척해야 한다. 신에 대한 잘못된 생각도 버려라. 이성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는 어떤 일도 받아들이지 말라. 기적과 계시도 믿을 수 없다. 그런 입장에서 계몽주의자들이 창시한 종교가 '자연신교'였는데 종교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왜 새삼스럽게 "아는 것이 힘"이라는 계몽주의적 표어를 들고 나오는가. 물론 18세기 계몽주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믿어지는 프랑스나 영국의 정치에도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뻔히 보지만 우리의 정치보다는 월등하게 합리적이다. 제헌국회가 처음 열리고 대한민국 헌법이 채택된 것이 1948년의 일이다. 이미 68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대한민국의 국회는 아직도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이고 국회의원의 임무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 사람들에게 "공부 좀 하라"고 야단치기 위해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내세우게 된 것이다. 다른 뜻은 없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그렇게 끝났고, 여당은 국회의 의석수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국회의장은 야당에서 나왔다. 의원 수가 절반을 훨씬 넘던 시절에도 국민경제를 위해 절대 필요한 이른바 '민생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여당은 애원을 했어도 야당은 듣지 않고 번번이 그런 법안을 밀어냈다. 물론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고 그 법을 탓하지만 그 법을 폐기시킬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국회 파행의 책임이 야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여당은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했으며 청와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무엇을 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중대한 난관이 또 하나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이다. 19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하는 문제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심각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한의 김정은이 핵탄도미사일을 완성하여 일본열도뿐 아니라 미국 본토도 그 사정거리 안에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이런 판국에 한국의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인류 역사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도 있고 인류를 아예 멸망의 길로 인도할 수도 있다.

'사드'는 공격용이 아니라 적이 발사한 핵폭탄을 요격하여 궤멸하는 그 기능밖에 없다는데 왜 중국이 일어나서 볼멘소리를 하며 우리를 향해 안색이 달라지는가. 박근혜 대통령을 여동생처럼 아끼던 시진핑 주석이 왜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쓴 오이 보듯'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대통령을 불친절하게 대하는가. 한반도에 사드 배치가 그리도 불쾌하거든 중국이 혈맹이라고 하는 북조선인민공화국의 철부지 김정은을 불러다 야단쳐 북의 비핵화를 결행하지 아니하는가. 말로는 북조선의 비핵화를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김정은의 '핵'을 돕고 은근히 미국의 아시아 진출을 저지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중차대한 시국에 임하여 대한민국 육해공군의 총수도 돼야 하는 19대 대통령의 자격 심사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모르긴 하지만 아마도 수십 명의 지망생들이 몰려올 때에 우선 제1관문에서 두 가지 질문을 해야 한다. 당신은 국민 앞에서 "나는 목숨을 걸고 태극기를 지키겠다"고 맹세할 수 있는가. 이것이 첫 번째 질문이고, 둘째는 "당신은 애국가 4절을 부를 때에 느끼는 무슨 감동이 있는가".

이 두 가지의 질문만으로도 여섯 사람의 후보만 제1관문 통과의 영광을 누리게 할 것이다. 제2관문의 질문은 따로 있다. 제3관문에는 내가 짐작하기에 후보가 두 사람만 남을 것이다. 그렇게만 걸러내면 틀림없이 훌륭한 한국인이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뽑힐 것이다. 19대 대통령에게 우리는 큰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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