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가 1968년 설립한 인텔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다. 지난해 인텔 매출액은 모두 493억달러(약 54조원)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14%를 차지했다. 2위는 11.6%의 삼성전자(407억달러)다. 특히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하지만 인텔의 초창기 주 사업은 메모리 분야였다.
1970년대 메모리 사업은 레드오션이었다. 일본 회사들이 인텔을 위협했다. 1983년 인텔은 메모리 사업을 접고 IBM PC에 넣을 CPU 제조로 방향을 틀었다. PC의 성공은 곧 인텔의 성공을 의미했다.
하지만 1980년대 승승장구하던 인텔 프로세서도 거센 도전을 받았다. 카피 제품인 '클론 CPU' 때문이다. 위협을 느낀 인텔은 AMD'사이릭스 등 클론 칩 업체와 법정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법원이 클론 칩을 허용하면서 인텔은 또 궁지에 몰렸다. 경쟁자를 떨쳐낼 돌파구로 내놓은 것이 5세대 CPU인 '펜티엄'(pentium)이다. 5번째를 뜻하는 그리스어 펜트(pente)에서 따왔다. 1993년 선을 보인 펜티엄의 유명세를 올린 것은 제품의 차별성이 아니다. '펜티엄 FDIV(floating-point division) 버그'로 불리는 제품 결함이었다. 보조 프로세서인 FPU 결함 때문에 소수점 네자리 아래 연산에서 오류를 일으켰다.
펜티엄의 결함을 발견한 이는 수학자 토머스 나이슬리다. 버그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었다. 인텔은 일반 사용자가 2만7천 년에 한 번 경험하는 버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 압력이 거세지자 리콜 조치가 내려졌다. 이때 인텔이 입은 손실은 4억7천여만달러였다.
최근 배터리 폭발 문제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콜을 결정했다. 전량 교환'환불해주는 유례없는 조치다. 최대 250만 대를 리콜할 경우 손실은 조 단위가 될 전망이다. 갤럭시노트7은 현재 100만 대당 24대꼴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접수됐다. 그럼에도 이런 초강수를 둔 것은 후폭풍을 조기 진화하려는 의도다. 수조원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기업과 제품 이미지에 더는 흠집이 나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려는 것이다. 7일 애플 아이폰7 출시가 예정돼 삼성으로서는 시장 안정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배경이 어떻든 이번 사태는 결함 있는 제품에 대해 국내외 기업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기업에게 소비자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지, 아니면 호구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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