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공택지 공급물량 축소, 대출금 분할상환, 집단대출 관리 강화-공적기관 보증건수 통합, 상호금융권 비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 축소, 한계'취약 차주 지원 강화 등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하나의 요소로 부상한 지 오래다. 가계부채는 올 6월 말 기준으로 1천257조원을 돌파했다. 연말에는 1천3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가구당 6천만원, 국민 1인당 2천4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단순한 가계부채의 총액 규모나 가파른 상승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계대출을 보유한 가구 중(1천72만 가구)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이 40%를 초과하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한계가구가 지난해 12.5%인 134만 가구이며, 이들이 보유한 위험부채 규모는 전체 부채의 29.1%인 381조원에 달한다.
저금리에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다. 정부는 2014년 8월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여 대출비율을 더 높였다. 부동산시장을 통해 경기부양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에 걸쳐 인하하여 연 1.25%가 되면서 잠재되어 있던 대출 욕구를 더욱 부채질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소득에 비해 큰 폭으로 급증한다면, 소득의 많은 부분을 빚 갚는 데 지출하고, 소비를 해야 할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 소비가 줄어들고, 소비가 줄어들면 생산이 줄어들고, 생산이 줄어들면 공장은 멈추어야 하고 노동자는 해고되는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담보대출 위주, 상환능력 심사강화, 고정금리 적용, 분할상환대책에 이어 이번 대책은 이전보다 강화된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출축소의 즉효약인 분양권전매제한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줄이는 대책을 피해간 것은 대책의 실효성에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급등한 가계부채의 주범은 대출 종류별로 보면 집단대출이고 금융권별로 보면 농협을 비롯해 새마을금고, 신협 등 제2금융권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상반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약 50%가 집단대출이다. 금융권별로 보면 은행권의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이 586조원으로 3월 말보다 17조4천억원 늘어난 반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266조원으로 3월 말보다 10조4천억원이나 늘어 은행권과 규모 면에서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급증했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집단대출에 대하여 1인당 공적기관의 보증을 4건에서 2건으로 제한하여 실수요가 아닌 무분별한 투자를 막고 집단대출보증률도 100%에서 90%로 축소하고 차주 소득자료 확보도 강화키로 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번 대책으로 불안한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감소하여 안정되고 경쟁력 있는 경제환경이 회복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만, 서민금융기관의 운영책임자로서 금융 소외계층인 저소득층이나 서민의 편에서 본다면 기존의 것을 재탕하고 확대하는 선에 그치는 대책에 불과하다. 더욱 걱정인 것은 가계부채 총량 억제를 위해 획일적인 규제를 통하여 모든 계층의 대출을 막는다면 저신용자나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리스크와 부담이 훨씬 큰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을 이용하게 되는 극한상황이 연출될 위험이 우려된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한계가구의 부채와 대부업체의 고금리를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저소득층과 내 집 마련에 간절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지혜롭고 파격적인 새로운 대책을 기대해 본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