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근린공원에서 퇴직자 등을 모아 도박판을 운영해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판돈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고 고리의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수법으로 5억원 이상의 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5일 달서구 두류공원 인근 야산에서 도박판을 개설한 혐의로 김모(55)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도박판 운영에 가담하거나 상습도박을 한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2013년 7월부터 올 8월까지 3년간 두류공원 옆 두리봉 일대 7곳을 돌며 속칭 '구삐' 도박판을 열고, 도박 참가자들에게 총 5억여원의 수수료를 걷어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삐는 화투를 2매씩 배분해 끝수의 합이 높은 쪽이 승리하는 도박이다.
◆퇴직자들이 빠진 상습도박의 늪
두리봉 도박판 일당이 노린 것은 퇴직자들의 쌈짓돈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도박판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의 남성으로 전직 공무원, 마을금고 이사장 출신, 농업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퇴직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판돈의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돈이 없는 도박 참가자에게 1주일에 10%에 달하는 선이자를 공제하고 돈을 빌려줘 총 5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퇴직한 뒤 가벼운 등산을 하기 위해 두리봉을 찾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도박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복장도 대부분 아웃도어 등 운동 복장을 하고 도박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도박판은 2013년 7월 이후 비나 눈이 오는 등 여건이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오후 4, 5시쯤 시작해 8, 9시까지 이어졌고, 하루 15~20명의 참가자들이 도박판을 찾았다.
◆경찰 뜨면 쏜살같이 사라지는 도박판
공원 인근에서 매일같이 도박판이 열린 탓에 경찰에 신고가 잇따랐지만 검거는 쉽지 않았다. 망을 보는 일명 '문방' 2, 3명이 도박판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데다, 야산에 작은 모포 하나를 깔고 도박을 하다 경찰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사라진 탓이다. 실제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은 4개월여 전부터지만, 현장에서 일당을 2번이나 놓친 끝에 지난 8월 30일 검거할 수 있었다.
성서서 김선희 형사과장은 "문방들이 공원관리사무소 청원경찰들의 얼굴을 다 파악하고 있고, 경찰 비슷한 사람만 보여도 경계를 해 잡기가 쉽지 않았다"며 "경찰들이 연인으로 위장해 도박판 근처까지 갈 수 있었고 무전도 위험해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서로 연락을 취한 끝에 검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최소 2개 이상의 조직이 두류공원 일대에서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두리봉 도박판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노령층 남성들이 참가자로 이들 조직도 빠른 시일 내에 검거할 계획"이라며 "불건전한 도박판을 모두 없애 시민들이 기분 좋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심공원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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